외국인, 5월 한국 주식시장에서 9조 원 뺐다

입력
2021.06.11 15:00
한은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미국 인플레이션·공매도 재개 여파
국내 증시, 역대 최고점 찍는 등 흔들리지 않아

지난달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9조 원이 넘는 투자 자금을 빼간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발 물가 상승 우려와 지난달 초 재개된 공매도에 따라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매도한 여파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 행진에도 국내 증시는 역대 최고점을 찍는 등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자금 순유출 규모는 82억3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원·달러 환율 1,110.9원을 대입하면 약 9조1,509억 원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순유출을 기록한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은 지난 4월 순유입으로 반전했다가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한은은 외국인이 주식 투자 자금을 빼간 이유로 "미국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 지난달 3일 공매도 재개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자금이 순유출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미국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위험 자산인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를 줄였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또 지난달 3일부터 부분 허용된 공매도 역시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 투자자는 특히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주식을 4조 원 넘게 팔아치웠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팔고 실제 가격이 떨어지면 싼 가격에 사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 기법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투자 자금 유출에도 국내 주식시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코스피 지수는 더 올라 지난 7일 역대 최고치인 3.252.12에 거래를 마감하기도 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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