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나란히 법정에 섰다. 이날 검찰은 부부의 범행을 조 전 장관이 최근 펴낸 책 제목인 '조국의 시간'에 빗대 '위조의 시간'이라고 꼬집었고, 조 전 장관 측은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를 쓰라"며 반발하는 등 날선 공방이 오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부장 마성영)는 이날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열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12월 4일 공판준비기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모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와 관련한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에 연관된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정 교수, 노 원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재판에서 조 전 장관 부부와 자녀들의 입시비리를 '위조의 시간'에 비유하는 등 혐의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나갔다. 최근 조 전 장관은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을 발간해 검찰 수사 등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검찰은 "딸 조씨의 입시이력을 보면 4개의 허위경력이 만들어졌다"며 "키스트(한국과학기술연구원) 허위 인턴 확인서도 만들어지고, '위조의 시간'에 동양대 허위 경력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아들 조모씨의) 한영외고 학사업무방해 혐의 관련해선 동양대 수료증 위조 등 3개의 허위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부당한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검사가 '위조의 시간'이라고 말했는데, 다른 재판에서도 '강남 빌딩의 꿈'이나 '부의 대물림' 등을 언급한 바 있다"며 "법정에서는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를 말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주변에서도 이 사건을 놓고 '조 전 장관에 대한 낙마작전'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기소'라고 말한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은 부당한 억측으로 점철돼 있다"고 날을 세웠다. 딸 조씨가 동양대에서 받은 표창장 등은 모두 허위가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았다. 조 전 장관이 정 교수 재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 적은 있었지만, 피고인으로 함께 한 적은 없었다. 구속 상태인 정 교수가 법정에 들어서며 조 전 장관과 잠시 눈을 맞췄을 뿐, 둘은 재판 내내 별다른 대화를 주고 받지 않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이날 신청한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두 명을 모두 증인으로 채택했다. 조 전 장관 변호인 측은 이에 "대외적으로 온 가족이 한 법정에서 재판 받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 아들 조씨가 이런 것을 감당하게 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우려를 전했다. 우선 딸 조씨는 25일 오후 열리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