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얄팍한 가정법" 발끈하자... 참여연대 "전체를 자세히 읽어달라"

입력
2021.06.11 13:30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한동훈, 9일 나온 '문재인 정부 4년 검찰 보고서' 비판
오병두 "판결 나오지 않아 언론 보도 바탕으로 쓴 것"

최근 참여연대가 발간한 '문재인 정부 4년 검찰 보고서'에 대해 한동훈 검사장이 "얄팍한 가정법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며 반발하자, 참여연대 측은 "아직 판결이 나와 있는 게 아니라서 언론 보도를 토대로 쓸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10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한 검사장에게 "먼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전체를 자세히 좀 읽어봐달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참여연대 보고서에는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알려진 바대로 한동훈 검사가 개입한 게 사실이라면 이는 특정인의 형사처벌을 통한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증거 조작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는 문장이 있다.

한 검사장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참여연대는 법적 책임을 두려워해 허위사실을 말하면서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그런 식이라면 '참여연대가 특정 권력과 유착한 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가정법으로 참여연대의 처참한 공신력 추락을 말해도 되는 건지 되묻는다"고 응수했다.

또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수사팀이 1년 넘게 수사를 했지만 아홉 차례나 무혐의 판단을 하는 등 무고하다는 진실이 드러났는데도 참여연대는 아직도 자신들이 희망한 거짓 프레임과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가 '한 검사장이 발끈하고 나설 만한 일인가'라고 묻자, 오 소장은 "검사고 법률 전문가니까 이에 관한 고민을 하셨을 것 같은데, 일단은 본인 얘기가 나오니까 그렇게 말씀하실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오 소장은 이어 '한 검사장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뭡니까'라는 질문에 "성격이 모호해지는 거다. 기자 개인의 일탈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추·윤 갈등 계기 된 사건들 통해 법무부 검찰 역할 재조정 했어야"

오 소장은 "채널A 사건, 라임 관련 사건 등 이른바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의 계기가 된 사건들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역할을 재조정하면서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이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문제로만 국한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또 앞의 두 사건과 더불어 한명숙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은 "검찰 신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인데, 검사가 검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안 하거나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 끝나버린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법무부-검찰의 갈등 계기가 된 사건들
①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 제보를 받을 목적으로 '비위를 말하지 않으면 검찰이 강도 높은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취지의 편지를 수차례 보낸 사건. 이 전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 검사장은 기소되지 않았다. 이 전 기자는 강요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② 라임자산운용 로비 사건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들이 현직 검사들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누락됐으며, 검찰총장이 수사팀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검찰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 받고도 제대로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 라임 관계자로부터 접대를 받은 전직 고검장은 알선수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고, 술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 중에선 1명이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③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이 뇌물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 재소자들에게 '한명숙 전 총리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 한 전 총리는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오 소장은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김학의 전 차관의 유죄 증거를 다시 살펴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은 "법리상으로는 대법원이 검찰의 수사기법에 대한 부정적 측면을 명시적으로 확인해 줬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리 자체는 훌륭한데 '아주 비극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사건에서 이 법리를 쓴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여지 남긴 검찰 직접 수사 제한... 갈등 또는 회귀 요소 될 것"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대한 총평으로 오 소장은 ①수사권 조정 ②공수처 설립 ③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의 세 가지를 큰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검찰의 직접 수사 제한은 "'특수수사는 잘하니까 검찰에 남겨놓겠다'며 6대 범죄를 남겼는데 왜 6대 범죄여야 했는지, 그것을 직접 수사로 남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부분이 두고두고 갈등의 요소가 되거나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는 요소가 됐던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예컨대 최근 김오수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반발한 것도 "검찰개혁의 틀 내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고 했다. 또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와 법무부의 입장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평가도 남겼다.

이번 검찰 인사에 대해 '친정부 편향'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는데 대해 그는 "검찰 인사에 시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그 시스템으로 뽑힌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형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윤주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