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등 전시 예정 ‘표현의 부자유전’, 우익단체 방해에 장소 변경

입력
2021.06.10 17:50

2019년 여름 ‘아이치(愛知)현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不自由展):그 후’ 전시회가 도쿄에서 이달 하순 다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본 우익 세력의 집요한 방해로 장소를 옮기게 됐다.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표현의 부자유전 도쿄 실행위원회'는 10일 오후 일본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행사장에 대한 방해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행위는 애초 이달 25일부터 내달 4일까지 열흘 동안 도쿄 신주쿠구에 있는 전시·공연 시설인 ‘세션하우스가든’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 등을 전시하는 ‘표현의 부자유전·도쿄’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 우익들이 전시장 주변에서 가두 선전 차량과 확성기 등을 동원해 행사 준비를 방해했고 세션하우스가든 측이 큰 피해를 봤다. 이에 주최 측은 전시장을 변경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전시 기간은 현재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소녀상은 2019년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에 출품된 바 있다. 당시에도 일본 우익세력의 협박과 반발이 이어진 가운데 전시가 사흘 만에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주최 측과 예술가 등이 전시 중단에 항의하고 법적 대응에 나선 끝에 전시를 재개했으나 기간이 매우 짧아 관람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번 ‘표현의 부자유전·도쿄전’에는 소녀상 외에도 2019년 아이치 트리엔날레 때 선보였던 ‘원근(遠近)을 껴안고’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담은 사진가 안세홍씨의 작품도 선보인다. ‘원근을 껴안고’에는 히로히토(裕仁·1901∼1989) 전 일왕의 모습을 담은 실크스크린 작품이 불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주최 측은 우익 세력의 방해에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번 전시를 반드시 개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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