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뺨을 때린 일당의 정체가 밝혀지고 있다. 독일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를 추종하거나 중세를 그리워하고 우파 정당을 지지하는 극우파일 가능성이 크다.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사회에서 벌써부터 분열의 조짐이 보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전날 경찰이 마크롱 대통령 뺨을 가격한 범인과 범행을 촬영해 공개한 공범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공범 집에서 히틀러 자서전 ‘나의 투쟁’과 총기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나의 투쟁’은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히틀러의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독일에서는 2차 대전 뒤 금서로 지정됐다 2016년 출간이 허용됐지만 원문 비판을 첨부한 해석본만 펴낼 수 있다.
정황을 보면 폭행범 역시 극우파다. 영국 BBC방송은 대통령을 가격한 남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세 시대 복장을 하고 검을 찬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다고 전했다. 해당 남성은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 출신자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8일 지방 순회 일환으로 남동부 소도시 탱레흐미타주를 찾아 길거리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다 시민 사이에 섞여 있던 한 남성에게 얼굴을 가격당했다. 범행 당시 이 남성은 공화제를 폐지하고 왕정 시대로 회귀하기를 꿈꾸는 프랑스 극우파의 구호 “생드니 만세”와 함께 “마크롱주의 타도”를 외쳤다. 경호원이 곧장 남성을 제지하고 마크롱 대통령을 보호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남성과 폭행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린 공범은 현장에서 바로 체포됐는데, 당시 둘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고, 범행 동기를 묻자 ‘이념적 이유’라고만 답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내년에 대선을 치르는 프랑스가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있다. 더타임스가 “프랑스 정치에 독극물처럼 퍼진 극단주의 폭력의 상징”이라 정의한 이 사건이 “프랑스 사회의 분열을 보여 준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논평했다. 대선 기간이 되면 분열상이 폭력적으로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지지자들의 폭력은 마크롱 대통령의 대권 경쟁자인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 FN 대표도 바라는 게 아니다. “나는 마크롱의 가장 치명적 경쟁자이지만 대통령 공격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