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시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정부가 협력하기로 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주택공급'이 큰 탄력을 받게 됐다. 국토교통부가 서울시 정책을 뒤따르는 모양새로, 오 시장이 “부동산 정책에 무능하고 독선적인 정부·여당에 제동을 걸어야 할 사명이 있다”고 밝힌 지 2주 만이다.
오 시장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를 가졌다. 양측은 △주택시장 안정 △공급 확대 △주거복지 등 3대 분야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간담회 후 열린 합동브리핑에선 오 시장이 정부에 요청한 제안들이 상당수 반영돼 눈길을 끌었다.
우선 국토부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높이 제한 완화 등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오 시장은 재개발사업 활성화를 통한 ‘5년 내 13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히면서 재개발 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7층 높이 제한을 없애는 인센티브 제공을 약속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올해 발표한 2·4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 내 역세권,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에 공공주택과 상업·산업시설 등이 공존하는 주택 건설 사업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자격 강화도 이날 회동으로 가시화했다.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25일 오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건의한 내용이다. 당시 오 시장은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되, 조합원 자격 규제를 강화해 투기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며 도시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날 국토부는 "현재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국회 협의를 구하는 즉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을 중심으로 원희룡 제주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공시지가 결정 관련 권한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국토부는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국토부는 "서울시와 표준부동산 공시자료와 지자체 과세대장 자료 등을 공유하고, 공동주택 공시대상의 선정, 공시가격 산정 등 과정에서 서울시 의견 수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요구한 권한 이양과는 거리가 있지만, 공시가격 산정 근거 제공에는 응한다는 얘기다.
이날 간담회로 오 시장은 10여 년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띄운 '장기전세주택(Shift)' 사업에도 숨을 불어넣게 됐다. 국토부의 '공공주도 3080+ 공급대책'이 장기전세주택 사업과 연계돼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보유한 물량 중 일부도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고, 기금 출·융자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최근 오 시장이 추진 중인 '상생주택'도 국토부가 민간부지 확보를 위한 인센티브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부처와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앞서 오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안전진단 완화를 요구하면서 "겉으론 살 만해 보여도 안은 그렇지 않다"며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방문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