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어진 4만달러 시대... 국민소득 2년째 꺾였다

입력
2021.06.0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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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인당 GNI 3만1881달러 그쳐
코로나 역성장에 원화 약세 겹친 탓
4년째 횡보 "고용 악화 등 갈 길 멀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1,000달러 대로 낮아지며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뒷걸음질쳤다. 2017년 첫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이후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쇼크까지 더해지면서 국민소득은 4년째 3만 달러 초반에 정체된 상태다.

올해는 경기회복세를 타고 국민소득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선진국의 인증처럼 여겨지는 4만 달러에 한국이 끝내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적지 않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국민계정 잠정치'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1,881달러로 전년(3만2,204달러)보다 약 1% 줄었다. 2019년(-4.3%)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1인당 GNI가 2년째 줄어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2008~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달러화로 표기되는 국민소득 감소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전년보다 1.2% 상승(원화 값은 하락)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0.9%로 1998년 외환위기(-5.1%) 이후 2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GNI의 발목을 잡았다. 민간소비(-5.0%)와 수출(-1.8%) 등이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그나마 정부소비(5.0%)와 설비투자(7.1%) 등이 선방하며 하락세를 방어했다.

한국은 2017년 GNI 3만 달러 대에 첫 발을 디딘 이후, 벌써 4년째 3만 달러 초반에서 횡보 중이다. 앞서 미국과 일본 등 주요 7개국(G7)이 3만 달러 선을 돌파한 뒤, 4만 달러 대에 진입하는 데 평균 5년 정도가 걸린 점을 감안하면 작년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속도가 한참 느린 셈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국민소득 4만 달러 선에 아예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가파르게 증가한 자산소득 등의 영향으로 3만 달러 대는 지켜냈지만 지속적인 증가세를 점치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소득 증가에는 "탄탄한 고용, 창업 등에 기반한 안정적인 소득 증가가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상황은 작년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GDP물가(디플레이터)가 현재까지 상승세로 명목 성장률이 꽤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GNI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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