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부터 최근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까지 지난 4년간 국가기관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이 수백 건에 달하지만, 해당 기관이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은 비율은 3건 중 1건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여성가족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가기관에서 발생해 징계가 이뤄진 성범죄는 812건에 달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이들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재발 방지 대책은 274건(34%)에 그쳤다.
부처별로 보면 법무부를 비롯해 대검찰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수사기관의 성범죄가 248건, 교육부가 373건으로 전체 발생 건수의 76%를 차지했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제출한 재발 방지 대책은 단 19건에 불과했고, 교육부도 200건에 그쳤다. 특히 교육부는 2020년 발생한 성범죄 98건에 대해 재발 방지 대책을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 해 교육부 재발방지대책 제출 건수에 본청 외에 초중등‧고등 교원 등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공군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지탄받고 있는 국방부는 2019년 성희롱으로 1건을 징계 조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성폭력 재발 방지 대책은 2017년, 2018년, 2019년까지 매년 1건씩 여가부에 제출했다. 통상 성범죄 발생 3개월 이내에, 성폭력은 이듬해 2월까지 재발 방지 대책을 제출한다는 점을 볼 때 인사처에 보고되지 않은 성범죄가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연숙 의원실 관계자는 "인사처에서 파악할 수 있는 건 성범죄 '징계' 건수라 실제 국방부 내 성범죄 '신고'가 얼마나 됐는지는 파악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경우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ㆍ시행해야 하고, 그 조치 결과를 3개월 이내에 여가부 장관과 주무부처의 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럼에도 제출 비율이 34%에 그친 것에 대해 여가부는 "해당 국가기관이 성희롱, 성폭력 사건 발생 사실을 여가부로 통보하는 것이 그동안 의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미제출 기관 파악이 어렵고, 처벌 조항도 없어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가기관의 장이 성희롱 사건을 여성가족부에 통보토록 하는 것은 4월에서야 법 개정을 통해 의무화돼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반면 인사처는 "여가부가 요구할 경우 공무원 징계 통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연숙 의원은 “여가부가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국가기관 등의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라며, “여가부가 성범죄 예방의 주무부처로서 책임감을 갖고 국가기관의 성폭력 예방 조치에 대해 전면적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