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에 자신들과 직접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중노위는 2일 택배사인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한 일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택배노동자들은 하청업체인 대리점과 계약을 맺었지만 중노위는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일정 부분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며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했다. 근로계약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조건을 결정할 실질적 영향력이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근거라는 것이다.
CJ대한통운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뜻을 밝혔고 경영계는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원ㆍ하청 관계가 많은 산업 전반에 파급력이 클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시대착오적이고 과장된 주장이다. 이미 법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용직 건설노동자, 골프장 캐디 등 원청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노조 할 권리를 인정해왔으며 원청업체들에 이들 노동조합과 교섭하라고 판결해왔다.
법원의 전향적 판결에도 불구하고 용역ㆍ도급ㆍ파견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 형식적으로만 자영업자인 특수고용노동자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저임금ㆍ취약노동자들이다. 근로기준법 보호를 못 받는 노동자라도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등 노조 할 권리를 폭넓게 인정해주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다.
택배노조는 지난해 주5일제 및 휴일ㆍ휴가 실시 등 6가지 항목을 놓고 CJ대한통운과 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당사자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이 모두가 핵심 노동조건 문제이지만 원청은 이를 외면했고 결국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과로사로 이어졌다. 현재 택배노동자들의 노동권 문제는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논의되고 있다. 실질적 사용자인 택배사가 직접 교섭에 나섰다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경영계는 이번 결정에 반발만 할 것이 아니라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전기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