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마련을 위해 정부 부처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요구액이 59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예산 협의 과정에서 각 부처 요구액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나라살림 규모가 600조 원대로 불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기획재정부는 3일 각 부처가 내년 예산으로 올해보다 6.3%(35조2,000억 원) 늘어난 593조2,000억 원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이 요구안을 바탕으로 심의를 거쳐 9월 3일까지 예산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 부처는 매년 6.0~6.8%가량 예산을 늘릴 것을 기재부에 요구해 왔는데 내년 예산안도 비슷한 수준의 증액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다.
통상 실제 확정된 예산이 각 부처의 요구안을 더한 것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예산은 60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경우 2020년 예산(512조3,000억 원) 500조 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나라살림 600조 원 시대도 열리게 되는 것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각 부처가 늘려달라고 요구한 예산은 평균 6.25% 수준인데, 실제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은 전년 대비 평균 8.65% 늘었다. 더구나 문 대통령도 최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적어도 내년까지는 경기 반등과 코로나19 격차 해소를 위한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예산 분야별로는 보건·복지·고용분야가 219조 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199조7,000억 원)보다 9.6% 늘어나 처음으로 200조 원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K’자 형태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고용안전망과 맞춤형 소득·주거·돌봄 안전망 강화 예산, 코로나 백신 구입과 접종을 위한 예산 등이 포함됐다.
환경 관련 예산은 17.1% 늘어난 12조4,000억 원이었다. 전기차와 수소차 인프라를 구축하고 온실가스 감축설비를 지원하는 등 정부의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예산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디지털, 탄소중립 경제 전환을 위한 한국판 뉴딜, 소재부품장비 예산 등을 중심으로 5.9% 증액한 29조 원을 요구했다. 국방 분야에서는 위성통신, 항공통제기 등 방위력 강화, 봉급·급식단가 등 장병 사기진작 소요 등을 중심으로 5.0% 늘린 55조7,000억 원이 요청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경기상황과 세입, 지출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산안을 편성할 것”이라며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한국판 뉴딜, K자형 양극화 해소 등 핵심 과제에 재투자해 재정지출 효율성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