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적 영향력 있는 매체 만들기를 강조한 것은 고립된 중국 상황을 이례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자국 이미지 제고에 공을 들이려는 행보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현재 대외 소통 방식 실패를 시사한다는 의미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이같은 분석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늑대 전사(戰狼·전랑) 외교'와 효과적이지 못한 해외 홍보활동으로 인해 중국은 더 고립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30차 집단 학습에서 "중국의 종합 국력과 국제적 위상에 걸맞으며 개혁 발전에 유리한 외부 언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대외 홍보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중국을 겨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재조사 요구가 미국을 중심으로 재점화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구쑤(顧肅)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미국이 국제조사를 밀어붙인 것과 시 주석 발언은 관련이 있다"며 "서툰 의사소통과 전투적 외교관들이 중국 이미지 개선 노력을 방해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미국 정치권에서 중국의 국제조사 협조를 먼저 촉구한 이후 영국도 재조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 주석의 발언이 중국 외교 방식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강경한 외교적 접근의 완화를 모색하는 것일 수 있다"며 "시 주석이 세계 무대에서의 소통 전략을 재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숨에 중국의 외교 방식이 변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베이징의 정치평론가 우창(吳强)은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래 최악의 국제적 고립에 직면해 있고 지도부는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일부 미세 조정 외에는 공격적인 외교적 접근(전랑외교)에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SCMP에 "언론을 통해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