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트콤, 넷플릭스 업고 빛 보나

입력
2021.06.02 17:27
박경림·조인성·장나라·양동근·한예슬·현빈 등, 시트콤 출신 ★
시트콤 대신 예능·드라마 분열화

'지붕킥' 시리즈 이후 별다른 빛을 보지 못했던 K-시트콤(시츄에이션 코미디)의 흥행이 다시 돌아올까.

K-드라마의 열풍이 가히 뜨겁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까지 아우르면서 로맨스, 의학, 코미디, 추리물 등 각 장르별로 다양한 팬층을 형성했다. 이 가운데 유독 힘을 쓰지 못한 분야가 있다. 바로 시트콤 장르다.

박경림·조인성·장나라·양동근·한예슬·현빈 등, 시트콤 출신 ★

과거 시트콤의 명성은 자자했다. 1996년 방송된 최초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후 '논스톱' 시리즈는 수많은 스타들을 양성하면서 캠퍼스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 또 '거침없이' 시리즈는 평일 저녁 시간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이게끔 만들면서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했다. '막돼먹은 영애씨' 역시 장수 시트콤답게 소소하지만 긴 여파를 과시했다. 이처럼 시트콤은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으면서 전성기를 이어갔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특유의 매니아들을 형성한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트콤을 표방하는 작품들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누적된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거침없이' 시리즈 이후 '엄마가 뭐길래'를 비롯한 '몽땅 내사랑' '태희혜교지현이' 모두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종영했다. 2012년 시트콤의 강세로 꼽혔던 MBC가 문을 닫은 후, SBS와 KBS도 다음 해인 2013년 시트콤의 막을 내렸다. 당시 코미디언 박미선은 지상파의 연이은 시트콤 폐지에 대해 "시트콤처럼 할 게 많아야 우리가 일할 곳이 많다. 없애지 말고 더 많은 장르를 개발해서 우리가 정말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마당을 많이 마련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TV조선 일요시트콤 '어쩌다가족'이 시트콤의 부활을 꾀했으나 임금 체불 문제로 조기종영, 침체된 시트콤 시장에 짐을 보탰다.

시트콤 대신 예능·드라마 분열화

시트콤의 폐지 이유로는 OTT의 확장과 더불어 저녁 시간대, TV 시청이 아닌 다른 취미가 권장되는 사회 풍토에 따라 시청자들의 유치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주 5일 촬영에 대한 연출진의 부담감 역시 한몫을 했다.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정극보다 적은 제작비로 보는 이들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실패의 요인이다.

사라진 시트콤을 채운 것은 드라마와 예능의 각개전투다. 국내 예능이 캐릭터쇼와 리얼리티, 관찰예능 수순으로 진화를 거듭했다면 드라마는 정극부터 가벼운 미니시리즈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구현하면서 성장했다.

이처럼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시트콤이지만 최근 유튜브 등으로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2030 세대에게 시트콤의 부재가 아쉬움으로 이어지자 S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복고 채널로 과거 시트콤을 다시 볼 수 있게 구성,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그 시대의 향수를 자극시키면서 자사 콘텐츠의 복기를 노리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짧은 호흡을 선호하는 MZ세대는 환호했고, 2030 세대는 추억이 주는 푸근함에 빠지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다시 떠올렸다.

K-시트콤, 이제 전세계 시청자들 만난다

과거 시트콤들이 콘텐츠로 시청자를 만족시켰다면 시트콤의 플랫폼 변화도 대두됐다. 넷플릭스가 시트콤 시리즈를 예고하며 시트콤 부활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오는 1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서울에 위치한 대한대학교 국제 기숙사에서 지내는 글로벌 청춘들의 캠퍼스 라이프를 다룬 이야기다. 그간 대한민국에 시트콤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전설적인 명장들이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 시리즈의 권익준 PD가 크리에이터 겸 연출로, '거침없이 하이킥' '감자별2013QR3'의 김정식 PD가 에피소드 연출로 만났다. 여기서 '순풍산부인과' '뉴논스톱'의 서은정 작가와 '논스톱' 시즌 1,2,3,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5, 16, 17의 백지현 작가 등이 넷플릭스 첫 시트콤을 탄생시켰다.

시트콤의 가장 별미인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국 국적의 세완부터 미국 국적의 제이미, 한국계 호주 국적 선생님, 태국에서 온 민니, 경기도 이천 출신의 한국인 현민까지 각양각색 매력으로 중무장한 이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특히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난다. 이에 넷플릭스가 K-시트콤의 재미를 전파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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