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에 1분기도 빚으로 연명… 자영업자 대출 10조 급증

입력
2021.06.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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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1분기 산업별 대출금 통계' 발표
서비스업 중 도소매업·숙박·음식점 대출 증가
"코로나19 재확산에 정부 자금 지원 영향"

올해 1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위기가 가중된 서비스업의 대출 규모가 30조 원 이상 큰 폭으로 늘어났다. 자영업자 역시 10조 원 넘게 대출을 받으며 빚으로 가게를 연명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하루 확진자 수가 늘어 영업에 타격을 입었고, 집합제한업종에 대한 정부의 정책자금이 추가로 생겨나면서 대출 증가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모든 산업의 대출금 잔액은 1,435조8,000억 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42조1,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폭은 1년 전 같은 분기(51조4,000억 원)보다 감소했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2분기 말(69조1,000억 원) 이후 이어져 오던 증가폭 감소 추세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

송재창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대출금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일부 서비스업의 자금 수요가 증가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비스업 대출금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31조1,000억 원 늘어난 911조8,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직전 분기(28조7,000억 원)보다 3조6,000억 원 더 커졌다. 서비스업 가운데 특히 도·소매업(7조5,000억 원), 숙박·음식점업(3조 원) 등은 직전 분기 증가폭을 상회했다.

서비스업 대출금이 늘어난 데에는 1분기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이 작용했다. 직전 분기 3만7,000명이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분기 4만2,000명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반적인 소비심리는 개선되더라도, 일부 대면 서비스 관련 업종은 타격을 입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게다가 정부가 1월 식당·숙박시설 등 집합제한업종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최대 1,000만 원까지 추가 대출이 가능한 특별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도 대출금 증가에 영향을 줬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도 직전 분기에 이어 10조 원 이상 대출을 늘렸다. 자영업자 등이 속한 비법인기업의 1분기 말 대출금 잔액은 직전 분기 대비 10조5,000억 원 늘어난 409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법인기업 대출액은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을 포함하지 않아 실제 대출 잔액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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