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탈퇴 압박에 꿈쩍 않는 변호사들 "변협, 법률시장 확대 모색을"

입력
2021.06.02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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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법률플랫폼 가입 변호사' 징계 추진에 
로톡도 '변협 광고 규정 헌법소원 청구' 맞불
"변협 대안 없이 무리수… 징계는 어려울 것"
"시장 구조적 문제 외면하고 규제만" 비판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활동한 지 올해로 15년차인 김모(54) 변호사. 2014년 2월 법률플랫폼 로톡(lawtalk)의 서비스 개시 무렵 회원으로 가입했던 김 변호사는 최근 ‘탈퇴’를 결심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로톡을 겨냥해 ‘변호사의 법률플랫폼 가입 금지’라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영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탓이 크다.

김 변호사는 1일 “가입 초기, 한 달에 50만 원씩 석 달간 광고비를 지불했지만 전화 상담만 여러 건이었고 사건 수임으로 이어진 건 딱 한 건에 불과했다”고 했다. 그 이후부턴 ‘무료 회원’으로 남아 있었으나, 이제는 그럴 이유마저 별로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물론 그렇다고 변협의 ‘법률플랫폼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도 아니다. 김 변호사는 “법률플랫폼은 사무장조차 고용하기 힘든,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 변호사들의 마지막 영업수단”이라며 “변협이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도외시한 채, 로톡과 불필요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2월 집행부가 바뀐 변협이 법률플랫폼 서비스의 대표주자인 로톡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뒤, 고강도 압박에 나서면서 양측 간 갈등도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변협은 지난달 3일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개정해 변호사의 법률플랫폼 가입을 금지했다. 전날에는 변호사윤리장전 개정안에 ‘변호사 및 법률사무를 소개하는 애플리케이션 등 전자 매체 기반 영업에 참여하거나 협조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로톡도 변협 광고 규정을 문제 삼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변협 조치에도 불구, 현재 변호사 업계에서 ‘로톡 탈퇴 러시’ 움직임이 감지되진 않는다. 로톡 유료 광고 서비스를 이용 중인 박모(44) 변호사는 “로톡 외에 네이버(엑스퍼트)도 광고 비용을 내면 홍보해 주는 건 마찬가지”라며 “로톡의 위법성이 인정될지 지켜보려 한다”고 말했다. 로톡 회원인 또 다른 변호사도 “당장 불이익이 가해질 상황이 아닌 데다, 로톡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아 일단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올해 3월 기준 변호사 회원은 3,966명으로, 회원 수에 큰 변동은 없다”고 말했다.

변협이 꺼내든 ‘징계 카드’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선이 많다. 실제 법률플랫폼을 이용하는 회원들을 일괄적으로 무더기 징계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다. 4,000명에 가까운 로톡 회원들의 대부분은 광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곧 서비스 혜택을 안 받는 무료 회원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2016년 9월) 변협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도 무혐의로 종결된 마당에, ‘서비스 가입’을 이유로 변호사를 징계한다는 건 무리수”라며 “신규 변호사 연수 인원을 제한했다가 금세 해제한 것처럼 ‘보여주기 식’ 싸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변협이 ‘규제’가 아니라, ‘법률시장 파이’를 키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특히 검사나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나 대형 법무법인이 독식하다시피 하는 변호사 시장이 근본적으로 재편되지 않는 이상, 변호사들의 플랫폼 이용을 막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이모(42) 변호사는 “변호사 직역을 수호하겠다며 변협이 내놓는 대책은 근시안적 방안뿐”이라며 “플랫폼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도, 경쟁력 있는 해결책도 없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현주 기자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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