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 유산 1,500억 사회 환원

입력
2021.06.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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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정몽진 KCC 회장 사재 500억 더해
민사고 지원과 음향기기 박물관 건립에 사용

지난 1월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 소유 주식 등 1,500억 원 상당의 유산이 사회에 환원된다. 유족들은 사재 500억 원을 더해 약 2,000억 원을 민족사관고 지원 및 문화예술 분야 공익사업에 사용한다.

정 명예회장 자녀인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 건설 회장 등 유족들은 “기본에 충실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산업보국’이 기업의 본질임을 강조한 명예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겠다”고 2일 밝혔다.

유족들은 우선 정 명예회장이 보유했던 현대중공업 주식을 처분해 민족사관고에 2024년까지 총 100억 원을 기부한다. 기부금은 저소득층 학생과 역량 우수 학생을 위한 장학금, 첨단 과학 교육을 위한 기자재 마련 등에 사용된다. 우수한 기술 인력육성을 중요하게 여긴 정 명예회장은 생전 동국대·울산대·용산고 등에 사재 500억여 원을 쾌척했고,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해 특수목적고 설립도 검토한 바 있다. 유족들은 세계적인 영재교육기관인 민족사관고를 통해 고인의 염원이 이뤄지기를 바라며 기부를 결정했다.

서전문화재단에는 음향기기 전문박물관 건립을 위해 약 2,000억 원을 기부한다. 정 명예회장의 유산에다 서전문화재단 이사장이자 장남인 정몽진 회장이 기부한 500억 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내곡동 일대 토지를 합친 금액이다. “세계적인 건자재 기업들은 자사 제품을 이용해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남긴다”고 강조한 정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 유족들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건립해 문화사업에 기여할 계획이다. 이 박물관에는 정몽진 회장이 40년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도 전시될 예정이다. KCC 관계자는 "음향기기 박물관은 오디오를 통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하는 도심 속 문화공간이자 안식처가 될 것"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우리만의 문화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이 정 명예회장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정해 상속 작업도 원만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정 명예회장은 KCC 지분 5.05%와 KCC글라스 지분 5.41%를 보유했다. 시가로는 각각 1,400억 원과 550억 원 규모다. 사회 환원분을 뺀 나머지 중 정몽진 회장과 3남 정몽열 회장이 KCC 지분 1.024%씩을 물려받는다. 2남 정몽익 회장에게는 KCC글라스 일부 지분이 상속된다.

김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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