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및 양도소득세 강화 직전이었던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되레 커졌다. 정부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세율 인상을 피하고자 급매물이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에선 개발 호재를 더 높이 평가한 것이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48% 상승했다. 4월보다 상승률이 0.05%포인트 늘었다.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같은 기간 552만3,000원 올라 9억1,712만7,000원이 됐다.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결과다. 다주택자들이 이날부터 오른 종합부동산세율 및 양도세율을 회피하기 위해 매물을 대량으로 내놓으면 공급 증가로 집값 상승폭이 축소되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보유세율을 높인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내년(2021년) 6월 1일까지는 주택을 매각하라는 신호로 시장에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기대가 빗나간 단초는 4·7 재·보궐선거였다. 재개발 및 재건축 활성화를 내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귀환으로 부동산 시장에 개발 호재라는 바람이 불었다. 서울 노원구는 상계동과 월계동 재건축 예정단지 위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지난달 아파트값이 전월 대비 0.85% 올랐다. 강남구는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은 압구정동 중심으로 오르며 같은 기간 0.60% 상승했다.
시장 분위기는 정부 예측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일반가구 6,68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공시가격 현실화와 세부담 변화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자가 48.5%였다. 특히 서울(53.1%)과 인천(56.1%) 등 수도권이 다른 지역보다 상승 답변 비율이 높았다. 같은 기간 중개업소 2,338곳을 대상으로 한 동일 설문에서도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했다.
매물도 줄어드는 추세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6.1% 줄어든 4만5,223건이다. 매물 감소를 증명하듯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4월 대비 1.4포인트 증가한 110.1이었다. 2월 이후 3개월 만에 상승폭이 늘었다. 수급지수가 높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며,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매년 6월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지난해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0% 떨어지며 4월보다 하락폭이 커졌으나, 다음 달인 6월에는 0.13%로 상승 반전했다. 보유세 과세 대상이 확정되는 6월 1일을 기점으로 일부 매물이 회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월 1일 과세기준일 전후로 절세 목적의 물건들이 일부 회수되고, 매물 잠김 현상이 상당 기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처럼 매도자 우위 시장이 강화되면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