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무심결의 실착

입력
2021.06.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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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최철한9단 백 안성준9단 승자조 8강전<2>



1991년생인 안성준 9단은 2019년 군 제대 이후 좋은 성적을 거두며 랭킹을 끌어올렸다. 많은 기사들이 서른 살 진입과 군 제대 이후 하향곡선을 타는데,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극복해냈다. 특히 지난해에는 34승 13패, 72.34%의 승률을 기록하며 2015년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번 명인전 본선 16강에서는 박창명 3단을 꺾고 8강전을 치르고 있다.

두 기사 모두 공격과 난전에 강점이 있는 만큼 치열한 진행이 예상되는 상황. 안성준 9단은 백3의 좌변 침입을 통해 난전을 꾀한다. 흑4는 당연한 붙임. 이때 백의 입장에선 선택의 갈림길이다. 3도 백1로 끼워서 좌변에 두터움을 얻는 수법이 있다. 흑2는 어쩔 수 없는 선택. 흑2로 백3 자리에 막는 것은 끊기는 약점이 남아 흑이 좋지 않다. 흑8까지 쌍방 최선의 변화이며, 백은 백9, 11로 두는 것이 무난한 진행이다. 실전 백5의 젖힘을 선택한 이상 흑20까지는 외길 수순. 좌상귀 형태에서 자주 등장하는 진행이기에 외워두면 좋다. 무심코 교환한 백21이이 바둑에서 등장한 첫 실착. 4도 백1로 좌변 흑을 미생으로 압박하는 작전이 주효한 장면이었다. 백7까지 모양이 조금 작아진 대신 두터움과 실리를 모두 얻은 모습. 실전은 최철한 9단이 흑24로 지키자 백은 백25로 어쩔 수 없이 침입. 흑에게 공격권이 주어졌다.

정두호 프로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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