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이란 강수를 꺼내들었다. 2007년 이후 14년만의 일이다. 인민은행의 구두경고에도 위안화 가치가 3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추가 강세에 제동을 건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31일 공고를 내고 자국 내 금융기관의 외화예금 지급준비율(지준율)을 현행 5%에서 7%로 2%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률은 오는 15일부터 적용된다. 지준율은 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을 말한다. 외화 지준율이 오르면 그만큼 은행이 중앙은행에 쌓아야 할 금액이 커져 시중 외화 유동성은 줄어들게 된다.
중국 외환 당국이 외화 지준율 인상에 나선 건 최근 달러 대비 위안화 강세(환율 하락)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31일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477위안까지 내려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전반적인 달러화 약세 추세와 중국의 빠른 경기 회복 영향이다. 시장에서는 달러ㆍ위안 환율이 6.2위안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이 내린 것은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높아졌음을 뜻한다. 달러와 비교한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이후에만 3% 이상 뛰었다. 작년 5월과 비교하면 1년간 11%나 올랐다.
결국 이번 조치는 중국 내 유통되는 달러화 유동성을 조절해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4월 말 기준 중국 금융기관에 예치된 외화 예금이 1조달러(약 1,108조원)라며 “지준율이 2%포인트 높아지면 200억달러 자금이 회수돼 위안화 환율이 급속한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을 조정한 것은 2007년 5월(4→5%)이 마지막이다. 14년만에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를 꺼낸 데다 인상 폭도 당시보다 컸다는 점에서 중국이 급격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은행 외환관리국 사장(국장)을 지낸 중국은행 관타오(管濤) 이코노미스트는 차이신에 인민은행이 이번에 △위안화의 너무 빠른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고 필요할 때는 반드시 개입한다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단 개입하면 과감하게 한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냈다고 설명했다.
그간 중국 외환당국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다. 최근의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중국 경제에 부담요인이 되는 상황에서 위안화 강세가 수입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수출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만큼 강(强) 위안이 반갑기만 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