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영문 명칭을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 정하자 북한이 대내 매체를 통해 국호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며 우회적으로 화답했다. 한미정상회담 종료 후 일주일 이상 침묵하고 있는 북한이 일단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은 채 간접적으로 대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0일 '공화국공민의 높은 영예와 긍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우리의 국호, 그것은 절세위인들께서 안겨주신 우리 인민의 영원한 긍지이고 높은 영예"라고 강조했다. 또 국호가 "공민들을 하나의 지향, 애국의 마음으로 단합시켜준다"며 "우리 인민은 존엄 높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공민된 영예와 긍지를 심장 깊이 간직하고 이 땅 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강국을 기꺼이 일떠세울 것"이라고 했다.
국가와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은 북한 매체의 단골 소재다. 하지만 국호만을 주제로 한 기사는 흔치 않다. 무엇보다 기사를 게재한 시점이 의미심장하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 도중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인선을 깜짝 발표하면서 직함을 'Special Envoy for the DPRK'로 언급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North Korea)'이라고 사용했던 것과 달리 북한이 주장하는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영문 약어를 사용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는 이후 북한의 공식 명칭을 'DPRK'로 정리했다고 재확인했다.
북한은 미국의 변화에 대해 국호 관련 보도로 나름의 긍정 평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식 국호를 불러주는 건 상대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미국의 행동을 협상 신호로 읽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구체적인 대북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만큼 바이든표 대북정책이나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논평을 자제하면서 한미의 후속 제안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미도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대화 여건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임명 직후 한국과 두 차례, 일본과 한 차례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방안을 협의했다. 방미 중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도 미국 측과 대북 유인책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단계적 조치가 있으면 부분적으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