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를 영어로 말해 보세요."
인공지능(AI) 영어회화 튜터 '사만다'가 질문을 던졌다. 실제 영어회화 강사 앞이었다면 긴장했겠지만, 사만다 앞에선 굳이 체면치레할 필요가 없었다. 생각나는 대로 'How about...' 하며 더듬거렸더니 사만다가 'go see the stars(별 보러 가다)' 같은 키워드를 힌트로 알려줬다. 이를 이용해 문장을 만들었더니 다음 대화로 넘어갔고, 대화 후에는 내 발음과 문장이 그대로 문자로 옮겨져 모범 답안과 얼마나 비슷했는지 보여줬다.
AI가 사람을 대체하기 어려울 거라 여겨졌던 학습시장에도 최근 'AI 튜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직은 인간 강사보다 부족한 점이 수두룩하지만, 전문 기술진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영어회화 학습을 위한 'AI 튜터(tutor)'를 개발한 LG CNS의 강석태 팀장(사업개발팀)은 지난 27일 인터뷰에서 "가까운 미래엔 AI 선생님이 기존 인터넷 강의(인강)와 오프라인 중심 학습시장 상당 부분을 대체할 만큼 진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LG CNS가 개발한 AI 튜터는 말 그대로 AI가 영어회화 선생이다. AI 튜터에는 약 3,000여 개의 실전 회화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AI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영어 말하기를 익히는 방식이다. 꼭 모범 답안을 얘기하지 않아도, AI가 문장 정확도를 판단해 다음 대화로 넘어간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틀린 답을 얘기하면 힌트를 줘 대답을 이끌어낸다.
시공간 제약이 없고, AI이다 보니 심리적 위축이 덜하다. 내가 말한 문장이 모두 문자로 남아 반복 학습에도 유용하다. 강 팀장은 "원어민과 대화를 하거나 수업을 들으면 그걸로 끝이지만 AI는 모든 걸 기록으로 남겨 학습 효율을 최대화한다"고 말했다.
LG CNS는 구글의 음성인식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자사가 개발한 '복수문장 정확도 판별 알고리즘' 등 여러 AI 기술을 적용해 AI 튜터를 만들었다. 이렇게 개발한 AI 엔진이 방대한 영어회화 콘텐츠를 학습해 AI 튜터로 거듭났다. 다만 LG CNS가 어학사업을 직접 하진 않고, 제휴를 맺은 어학업체 등에 AI 튜터 기술을 제공한다.
국내 대형 어학원이 AI 튜터 이용 서비스를 내놨는데, 가입자가 8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다. LG CNS는 최근 일본의 대형 어학원에도 이 기술을 수출했다. 일본 버전은 나온 지 한 달 만에 유료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다만 AI 선생이 아직 기대만큼 완벽하진 않다. 사람처럼 실시간 질문을 받거나 답을 주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강 팀장은 AI 선생의 쓰임새가 앞으로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이용하면 학습 콘텐츠를 만드는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가령 중국인을 위한 영어회화 AI 튜터를 만든다고 가정하면, 한국어로 된 학습 가이드만 중국어로 바꿔주면 끝이다. 사람이 직접 이 콘텐츠를 만들자면 당장 중국어가 가능한 영어 강사부터 섭외해야 한다.
같은 원리로 아랍어 연습을 위한 AI 튜터도 만들 수 있다. 이미 아랍어 음성인식 기술이 나와 있는 만큼 AI 엔진에 아랍어 콘텐츠만 학습시키면 된다. 더구나 딥러닝을 수행하는 AI 특성상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튜터의 성능도 올라간다.
강 팀장은 "앞으로 다양한 AI 튜터가 등장하고 업체 간 경쟁으로 혁신 모델이 잇따를 것"이라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음악시장이 스트리밍 위주로 재편된 것처럼 AI튜터 역시 앞으로 전통 학습시장을 대체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앞으로 어학용 외에도 AI를 활용한 다양한 과목의 튜터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