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국내 최초 실내극장인 애관극장(愛館劇場)의 새 주인이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26년 역사의 애관극장은 대형복합상영관에 이어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등장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이 악화돼 민간에 매각될 처지였다. 그러나 극장 보전과 공공적 활용을 촉구하는 여론이 커지면서 인천시가 극장을 사들여 복합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30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와 시의회, '애관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모임(애사모)'은 27일 '애관극장 보존 및 활용을 위한 민관협의체' 첫 회의를 가졌다. 이들은 인천시가 극장을 공공자산으로 취득한 뒤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이르면 오는 7월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인천시는 애관극장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내달 말 나올 예정이다.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애관극장을 공공자산으로 취득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실내극장이 서울이 아닌 인천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인천 중구 경동에 자리한 애관극장은 조선인 사업가 정치국이 1895년 세운 실내극장 ‘협률사(協律舍)'가 그 전신이다. 이후 축항사로 바뀌었다가 1920년 지금의 이름을 얻어 한세기 이상 이어오고 있다. 조선황실이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 공연장인 서울 정동의 '협률사(1902년)'보다는 7년,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인 종로의 단성사(1907년)보다도 12년 앞선다. 단순한 영화관이 아닌 역사와 전통이 깃든 곳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연극과 영화 상설관이었던 애관은 한국전쟁 중 소실됐다가 1960년 9월 재건축됐다. 개보수를 여러 번 거치면서 지금은 옛 모습을 찾기 어렵지만 현재의 외벽을 철거하면 과거 모습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게 영화관 측 얘기다. 인천시가 매입한 뒤 영화관이 예전 외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애관극장은 관람객 감소로 현재 부채가 3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비를 아끼기 위해 가장 오래된 제1관은 문을 닫고 2~5관만 운영 중이나 여전히 상영관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애사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월 3,000만 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관람료(7,000원) 인상 없이 버텨온 극장”이라며 “인천시 매입이 잘 마무리돼 민간 건설 자본이나 투기자본에 매각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시는 내달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는대로 영화관 측과 매입을 위한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매입할 경우 극장을 영화 상영, 연극 공연 등이 가능한 복합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