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대규모 검사장 인사 예고... '친정권' 심재철·이종근 요직 꿰찰까

입력
2021.05.27 21:00
8면
'인사 적체' 언급 내달 초 물갈이 예상
연수원 23·24기 고검장 용퇴 압박
이성윤 후임 서울중앙지검장 최대 관심
검사장 승진은 연수원 27~30기 대상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다음 달 초 대대적 검사장 인사 단행을 예고했다. 27일 검찰 고위간부 승진·전보 관련 기준을 논의한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 가운데, 회의를 앞두고 공개적으로 “(검찰 내) 인사 적체가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이다. 고검장 등 현직 검찰 고위 간부급을 향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박범계발(發) 인사 태풍’의 막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검찰인사위를 열고,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방향과 검사장 신규 보임 대상자 적격 여부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를 통해 ‘탄력적 인사 기조’ 원칙을 세웠으며, 신임 검찰총장 취임 후 협의를 거쳐 6월 초 인사를 발표한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르면 다음 주 검사장 인사 발표가 있다는 뜻이다. 박 장관 역시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보직제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검찰 인사) 점검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향후 인사의 기본 방향을 설명했다.

검찰 안팎에선 박 장관의 ‘인사 적체’라는 표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취임한 그가 2월 단행한 첫 검사장 인사가 ‘빈 자리 채우기’를 위한 예고편 격이었다면, 이르면 다음 주 있을 인사는 본인 의중이 제대로 담긴 ‘본편’이 될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는 얘기다.

특히 ‘적체’라는 단어에서 고검장급 인사들이 느낄 무게감은 남다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상철(23기) 서울고검장 등 현재 6명인 고검장(사법연수원 23, 24기)의 경우, 자신들의 선배 기수인 김오수(연수원 20기)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총장 취임을 사실상 앞두고 있는 만큼 굳이 물러날 필요가 없다. 자연스런 세대 교체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현재 고검장급 인사가 갈 수 있는 자리는 지난달 장영수(24기) 고검장이 퇴임하면서 생긴 대전고검장이 유일하다.

만일 고검장들이 추가로 사의를 표하지 않으면, 박 장관으로선 인사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박 장관이 ‘적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까지 고검장들에게 거취 결단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와 관련한 수사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된 처지지만, 여전히 여권 내에선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많다. 공석 상태인 고검장 자리가 늘어나면 박 장관으로선 이 지검장에게 법무연수원장(고검장급)을 맡기며 ‘직무배제’와 ‘챙겨주기’를 동시에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지검장을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급)으로 이동시키는 선택도 가능하다. 어떤 방식이든 이 지검장이 이번엔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엔 거의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새로운 수장을 누가 차지하게 되느냐가 이번 검사장 인사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연수원 25~27기 검사장들이 대상자로 예상되는데, 현 정권 들어 승승장구했던 이른바 ‘친(親)정권 검사장’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력 후보군으로는 이정수(26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김관정(26기) 서울동부지검장, 심재철(27기)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거론된다. 이정현(27기)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 이종근(28기) 대검 형사부장 등도 요직을 꿰찰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검찰의 꽃'인 검사장 자리에 누가 새로 오를지도 관심사다. 앞선 인사에선 단 한 명의 승진자도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다수의 신임 검사장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연수원 27기부터 30기까지가 주요 대상자로,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29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승진 여부도 흥미롭게 지켜볼 대목이다.

남상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