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27일 "분쟁 뒤 평화 구축 과정에 여성 리더십을 공유하면 다시 분쟁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훨씬 줄어든다"고 밝혔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민주평통)이 개최한 '민주평통 여성평화회의' 강연을 통해서다. 지난 2월 퇴임한 강 전 장관이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강 전 장관은 강연에서 "주로 여성과 여아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 성폭력 등 전쟁 중 자행되는 잔혹행위의 희생자와 생존자 고통에 침묵하는 평화는 피상적이고 비도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목소리는 협상 테이블에서 일반 민간인 이익 보호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도 마찬가지"라며 "협상 테이블에 여성이 참여해 여성의 열망과 목소리가 논의에 반영될 때 보다 지속가능하고 탄탄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북 여성 지도자들은 지난 수십년 간 산발적 교류를 해왔고, 남한 여성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평화 이슈 불씨를 유지했지만 대체로 부수적이고 상징적 행사에 그쳤다"면서 향후 공식·비공식 협상에서의 여성 참여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선, 강 전 장관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 합의에 대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종료된 후 지난 2년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중단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한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다른 나라와 모든 교류 및 접촉을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와중에도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계속 고도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전 장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평화롭고 외교적인 관여만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달성할 유일한 길이라는 것만은 여전히 분명하다"며 북한의 협상 복귀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