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년만에 탄생한 루브르 박물관 첫 여성 수장

입력
2021.05.26 23:26
오르세 미술관 관장인 로랑스 데카르 선임
박물관 전시에 사회 이슈 반영 중시
최근엔 직접 나서 클림트 작품 돌려주기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수장이 탄생했다. 4년 동안 오르세 미술관을 이끌었던 미술사학자 로랑스 데카르가 그 주인공이다.

AFP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데카르를 루브르 박물관 신임 관장으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여성이 관장이 된 건 1793년 개관한 이후 처음으로, 루브르는 228년만에 여성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프랑스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퐁피두 센터 등 주요 공공 박물관의 수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데카르의 관장 업무는 오는 9월 시작된다.

데카르는 지난 4년 간 오르세 미술관을 이끌면서 젊은 층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는다. 재임 기간 동안 관람객도 꾸준히 늘었는데, 2019년엔 370만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인종차별 등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를 예술의 영역에서 소화하는 데에도 망설이지 않는다. 데카르는 지난달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박물관의 전시는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들을 반영해야 한다"며 "그래야 모든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가진 새로운 세대를 관람객으로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나치가 2차대전 당시 강탈했던 구스타브 클림트의 작품 '나무 아래 핀 장미'를 원래 주인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데 기여했다. 해당 작품은 1938년 나치가 한 오스트리아 유대인 여성에게서 빼앗은 것인데, 프랑스 정부는 이 작품이 강탈당한 것인지 모르고 1980년 경매를 통해 사들였다. 최근까지 오르세 미술관이 작품을 보관하고 있었기에, 관장인 데카르가 나서 반환을 주도했다.

모나리자 등 유명 작품을 보유한 루브르 박물관은 세계 최대의 전시 규모를 자랑한다.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한해 1,000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박지영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