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근무를 자주 하는 여성은 자궁내막증과 생리 불순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이지 않는 암’으로 불리는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밖 복강 내에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가임기 여성의 10~15%에게서 발생되는 흔한 병이다. 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월경통ㆍ월경 전 통증ㆍ성교통ㆍ만성골반통증ㆍ배란통과 함께 허리 통증, 만성피로 증상이 생긴다. 증상이 악화되면 말기 암처럼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자궁내막암ㆍ난소암ㆍ자궁경부암ㆍ유방암ㆍ갑상선암 등 암에 걸릴 위험도 34%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리스 아테네 국립 카포디스트리아대 연구팀(나르제스 나시리-안사리 박사, 아겔리키 카라파니기오티 박사와 에바 카시 교수)은 자궁내막증(endometriosis)을 앓고 있는 여성 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지난 23일 열린 제23회 유럽내분비학회의(e-ECE 2021)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연구 참가자 27명의 난소 낭종(외부 자궁내막 조직)과 정상 자궁내막(외부 조직)에서 11개 쌍체 검체(샘플)를 채취했고, 동일한 진단을 받은 16명의 다른 환자에게서 추가로 16개의 외부 자궁 내막 조직을 채취했다.
그 결과, 난소 낭종에서 REV-ERBb 유전자 발현은 증가했지만 PER-2ㆍCRY-1ㆍCLOCK 유전자 발현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유전자들은 인간의 생체 주기와 연관돼 있어 ‘생체 시계 단백질’이라 불린다. 일주기 리듬 장애가 생리 불순과 자궁내막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정확한 발병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주기 리듬 장애는 환경 혹은 유전 원인으로 생체 시계가 교란돼 정상적인 수면 주기가 깨지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이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고, 아침엔 일어나기 어렵다. 특히 야간 근무ㆍ교대 근무 등 환경 요인으로 일주기 리듬 장애가 생기기 쉽다.
이번 연구로 일주기 리듬 장애가 유전자 발현을 바꾸어 자궁내막증이나 그로 인한 생리 불순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규명된 것이다.
연구를 이끈 에바 카시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자궁 내막 조직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일주기 리듬 장애가 자궁내막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앞으로 자궁내막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