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화려하게 피어난 페라리의 또 다른 감각…페라리 로마

입력
2021.05.26 09:30

최근의 페라리는 그 어떤 슈퍼카, 하이엔드 브랜드 보다 강렬하고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이브리드 슈퍼카 SF90의 출시와 더불어 미드십 스포츠카나 GT역시 등장할 때마다 그 어떤 시절의 변화보다 파격적이고 대담한 혁신이 차량 곳곳에 담기며 ‘환골탈태’를 거듭하고 있다.

변화가 많은 시기, 페라리는 새로운 감각과 최신의 페라리 언어로는 쉽게 풀어낼 수 없는 독특한 존재인 ‘페라리 로마’를 선보였다. 코드네임처럼 여러 의미를 담고 있던 네이밍이 아닌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유럽 역사의 빼놓을 수 었는 도시의 이름을 품은 ‘로마’는 과연 어떤 차량으로 태어났을까?

우선, 로마는 어떤 차량인지 살펴보자

2+2 패스트백 쿠페로 디자인된 페라리 로마는 ‘페라리의 새로운 미학’을 드러낸다. 4,715mm의 전장과 각각 1,975mm 및 1,300mm의 전폭과 전고가 제시하는 ‘수치적인 비례’ 외에도 황홀하면서도 유려한 실루엣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여기에 2,670mm의 휠베이스는 2+2 시트 구성의 의미를 제시하며 공차중량은 1,610kg이다.

클래식 디자인의 재해석

페라리 로마의 등장은 꽤나 큰 의미를 품고 있다.

혁신과 미래에 집중했던 페라리가 다시 한 번 과거를 되돌아 보는 ‘터닝 포인트’와 같이 때문이다. 대담하게, 그리고 과도하게 기술적 연출이 담아냈던 최신의 페라리와 달리 로마는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디자인으로 바디를 치장했다.

게다가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도 잊지 않은 모습이다. 로마의 모습은 최신의 페라리 디자인과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고 외형에서와 마찬가지로 실내에서도 유려한 곡선의 실루엣이 느껴진다. 마치 로마의 디자인은 클래식 페라리 중 하나인 ‘250GT’의 디자인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다.

클래식한 느낌과 동시에 예리함을 품고 있는 프론트 엔드는 독특한 디테일과 이채로운 헤드라이트로 구성되었고, 이러한 모습은 유려한 곡선으로 측면과 후면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그리고 측면과 후면 역시 ‘과도한 디테일’ 보다는 우아함으로 치장된다.

실제 볼륨이 가득한 바디킷, 그리고 매혹적인 실루엣으로 그려진 리어 엔드는 로마의 ‘화려하면서도 여유로운’ 감성을 보다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여기에 독특한 배치로 자리한 듀얼 타입의 트윈 머플러 팁 역시 ‘시각적인 매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미래를 품은 과거, ‘로마’

로마는 외형에서도 독특한 존재감을 제시하나 실내 공간의 구성은 더욱 인상적이다. 로마의 실내 구성과 기계적 특성은 ‘포르토피노’와 닮아있지만 진일보한 느낌을 준다. 디자인 역시 페라리의 감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각종 디테일을 미래적으로 그려낸 구성으로 로마만의 독특한 감성을 느끼게한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명확히 구분 지은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 센터터널의 형태는 물론이고 디스플레이 패널 및 디지털 클러스터, 그리고 디지털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스티어링 휠이 클래식 페라리 속 ‘미래의 페라리’를 선사하는 모습이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위해 제작된 세로로 제작된 센터 디스플레이 패널은 조금 낯설지만 직관성이 높고 디지털 클러스터 역시 다양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만족감이 높다. 그런데 엔진 시동 버튼 마저 ‘붉은 원형 버튼’이 아닌 검은색 패널을 터치하는 방식이라 ‘너무 많은 변화’가 담긴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견고하게 조립되어 드라이빙에 초점을 맞추는 존재와는 사뭇 달리 ‘우아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지도록 구성되어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트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실내 공간은 2+2 시트 구성의 의미를 확실히 선사한다. 전장이나 휠베이스가 넉넉한 만큼 실제 1열 공간의 여유는 상당한 편이다. 레그룸이나 헤드룸 모두 만족스럽고 화려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다듬어진 시트 역시 높은 만족감을 제시한다. 여기에 도어 패널, 플로어 매트 등의 디테일에 있어서도 만족감이 상당하다.

하지만 2열 공간은 말 그대로 ‘존재’할 뿐이다. 실제 1열 시트를 당겨 보면 2열 시트를 사용하기에 쉽지 않으리라 생각이 된다. 그저 적재 공간을 활용하고, 후술할 트렁크 공간 활용 시 ‘폴딩의 용도’ 혹은 1열 시트를 조금 더 뒤로 눕힐 수 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바라봐야 할 것 같았다.

차량의 형태가 독특한 덕분일까? 적재 공간도 무척 독특하게 구성되었다. 트렁크 게이트의 위치, 개방 형태 등이 모두 이채롭다. 공간 자체가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2열 공간과 더불어 활용하기에 나쁘지 않고, 또 적재 공간의 높이가 높은 편이 아니라 무거운 짐을 싣기에도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620마력의 심장을 품다

로마의 길쭉한, 그리고 유려한 보닛 아래에는 V8 3.9L 터보 엔진이 자리한다.

최고 출력 620마력, 그리고 77.5kg.m의 토크를 과시하는 이 엔진은 무게를 덜어내고 새로운 감각을 더한 8단 F1 DCT 변속기를 통해 후륜으로 출력을 전달한다. 여기에 사이드 슬립 컨트롤 6.0을 장착하고 다양한 상황에 최적화되는 5가지의 마네티노 모드, 페라리 다이내믹 인핸서 등이 더해져 완성도 높은 주행을 제시한다.

실제 로마는 정지 상태에서 단 3.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0km/h까지 가속할 때에도 단 9.3초 만을 요구하고, 최고 속도는 320km/h에 이른다. 덧붙여 공인 연비는 7.4km/L로 성능 및 구성에 비해 만족스러운 모습이다.

새로운 감성으로 페라리의 가치를 더하다

이번 로마 시승을 페라리가 마련한 로드 앤 트랙 프로그램, 즉 소규모 시승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되었다. 내심 로마로 인제스피디움을 달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가평휴게소에서 페라리 청담을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트에 몸을 맡기면 같은 날 경험했던 F8 스파이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F8 스파이더는 드라이빙과 운전자의 감각을 집중시키기 위한 구성이라 한다면 로마는 마치 도도하고 우아하게 자신의 가치를 뽐내는 모습이다.

물론 620마력과 77.5kg.m의 토크는 2도어 쿠페를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 붙이기엔 부족함이 없는 성능이다. 하지만 로마는 과격하며 극적으로 달리는 차량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엑셀러레이터 페달, 브레이크 페달 등의 조작감각이 무척이나 산뜻하고 경쾌했다.

실제 주행을 하면 할수록 차량이 가진 모든 성능을 끌어 내 달리기 보다는 차량의 각종 요소들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이 더욱 즐거웠다. 가속시에는 AUTO 모드로 편안한 주행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패들 쉬프트를 당겨가면서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즐기는것이 훨씬 재미있게 주행할 수 있다.

로마의 심장이 비슷한 레이아웃의 페라리 V8 엔진과 사뭇 다른 감각을 제공하는 것처럼 변속기 역시 그 질감, 감성이 사뭇 다르다.

특히 패들을 당기고 놓는 순간, 그리고 그로 인해 각종 기어들이 맞물리는 그 질감은 운전자에게 ‘감각의 즐거움’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는 모습이다. 물론 압도적 변속 및 반응 속도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로마의 달리기는 즐거운 매력을 제시하지만 그렇다고 결코 주행 성능이나 주행 품질을 위한 디테일은 꼼꼼하게 챙겨놨다. 승차감을 비롯한 주행중 운전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남다르다.

승차감은 F8이나 812슈퍼패스트같은 차량도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지만 한층 고급스러운 감각을 담았다. 주행중 외부 소음이나 풍절음도 그렇고 차에서 발생하는 사운드도 체크해봤지만 날카로운 이미지는 느낄 수 없었다.

실제 강력한 제동 성능은 차량의 성능과 움직임을 보다 확실히 제어할 수 있는 자신감이 느껴지며, 단순히 제동 성능이 뛰어나다는 느낌이외에 브레이킹시 차체의 안정감도 매우 뛰어나다.

로마의 감각적인 주행감에는 견고하게 다듬어진 섀시, 그리고 다양한 노면에 대한 대응력을 암시하는 서스펜션의 셋업을 통해 ‘페라리의 DNA’ 그리고 페라리의 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있다.

같은 날 극한의 주행 성능에 초점을 맞춘 F8 스파이더를 경험했던 만큼 로마는 주행 전반에 걸쳐 F8 스파이더와 전한 차별화를 이뤄낸다. 우열, 혹은 빠르고 느림이 아닌 말 그대로 ‘다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덕분에 페라리 스스로가 로마를 선보이며 언급했던 ‘시간을 초월한 아름다움’ 그리고 V8 엔진의강력한 성능과 페라리의 독보적인 핸들링 퍼포먼스를 담은 페라리의 또 다른 ‘정수’라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페라리 로마의 매력 중 하나는 이러한 감각적인 요소 속에서 최신의 기술과 편의 사양으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디지털 클러스터를 통해, 그리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누릴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컴포트 엑세스, 그리고 꽤나 다양한 ADAS 시스템까지 더해져 ‘일상의 페라리’로 더욱 돋보였다.

또 다른 페라리, ‘페라리 로마’

‘F8’을 비롯한 현재의 페라리는 날카롭고 강인한 남성다운 성향의 차량이라면 ‘로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움만을 내세우지는 않으며 고급스러운 주행감과 페라리가 제시하는 최신의 시스템을 갖춰 보다 폭넓은 소비자를 페라리의 세계로 이끌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촬영협조: 페라리(FMK), 인제스피디움

박낙호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