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의 배터리 시장 공략에 맞손을 잡았다.
25일 인도네시아 현지 외신 및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내달 중 합작법인(JV)을 설립하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공업도시 카라왕에 배터리 공장 설립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지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임차 개념으로 이 지역 토지 장기 사용권을 얻었다. 합작 공장에선 배터리 셀과 배터리팩, 시스템까지 생산할 계획이다. 약 12억 달러(약 1조3,388억 원)가 투입될 이 공장에선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 10만~15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분량이다. 본격적인 양산은 2023년 하반기 또는 2024년 상반기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배터리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될 현대차 전기차에 장착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15억5,000만 달러(약 1조8,217억 원)를 투입해 인도네시아에 연간 생산 25만 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립 중이다. 자카르타 동쪽 40㎞ 델타마스 공단에 들어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올해 말 완공하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아세안 전략형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양사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아세안 전략 거점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아세안 지역은 국가별로 5∼80%에 이르는 완성차 관세 장벽과 각종 비관세 장벽으로 현지 생산 거점 없이는 공략이 어렵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중이 40% 이상이면 아세안 지역 안에서 완성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이 주어진다. 현대차는 이를 활용해 인도네시아 공장 생산 차량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역내로 수출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도 단순 배터리 생산뿐만 아니라, 리튬이온배터리 핵심원료 조달도 용이해질 전망이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의 주된 생산지다. 전 세계 니켈의 약 27%가 인도네시아에 매장돼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풍부한 자원을 앞세워 2030년까지 ‘전기차 산업 허브’로 부상한다는 방침 아래 배터리와 전기차 생산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나 전기차 화재 리콜이 결정된 이후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간 관계 개선이 있었고, 인도네시아 투자 논의도 가속화됐을 것"이라며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