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비 인터뷰 BBC기자 "그녀에게 벌어진 일 내 책임 아냐...두 왕자엔 죄송"

입력
2021.05.24 07:00
1995년 다이애나비 인터뷰 진행한 마틴 바시르
"인터뷰 이후에도 다이애나와 친구로 지내"
BBC "우리는 용납되기 어려운 잘못 저질렀다"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을 속여 인터뷰를 진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전 BBC 기자 마틴 바시르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다이애나비의 두 아들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게는 "매우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바시르와의 인터뷰를 담아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바시르는 "어떤 식으로든 다이애나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다이애나 인생에서 벌어진 많은 일들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나만 책임이 있다고 하는 지적은 불합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인터뷰 이후에도 다이애나비와 가깝게 지내며 친분을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가족과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면서 자신의 아이가 태어났을 때 다이애나비가 병원을 방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바시르는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에겐 "매우 죄송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다이애나비는 1995년 BBC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바시르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남편인 찰스 왕세자와 카밀라 파커 볼스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했다. 다이애나비는 당시 "이 결혼 생활에는 세 사람이 있다"고 말해 영국 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다이애나비는 인터뷰 이후 왕실과의 사이가 더 나빠졌다. 결국 이듬해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고, 그 뒤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신을 뒤쫓던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다 지난해 다이애나비의 남동생인 찰스 스펜서 백작은 바시르가 다이애나비와 인터뷰를 성사시키기 위해 '위조 은행 기록' 등으로 속임수를 썼다고 폭로했다. 스펜서 백작은 당시 바시르가 다이애나비의 사생활을 캐기 위해 왕실과 정보기관이 그녀의 전 개인비서 등을 돈으로 매수하고 있다는 조작된 서류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BBC는 이에 대해 퇴임한 대법관인 존 다이슨에게 독립적인 조사를 맡겼다. 다이슨은 20일 스펜서 백작의 주장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리처드 샤프 BBC 회장은 "보고서의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면서 "BBC는 용납되기 어려운 잘못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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