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4번 타자’ 박병호… “아직 4번 칠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 더 당당해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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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07:30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5)가 4번 타자로 복귀,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있다.

박병호는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NC와 경기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 2루타를 포함해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박병호의 활약과 함께 키움은 7-4로 승리하고 7연승을 내달렸다.

박병호는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번 주 경기가 잘 풀렸다. 중요한 순간 좋은 타격도 나와 기분 좋은 한 주가 됐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나로 인해 팀 타선이 활발해진 건 아니다”라며 “팀원들의 주루 플레이도 적극적으로 변했고 연결 고리도 좋아졌다. 타선이 전체적으로 골고루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 개막전 2안타 이후 4월 한달 동안 15안타에 불과했다. 타율은 0.200로 곤두박질쳤고 타점은 11점뿐이었다. 4번 타자라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었다. 팀 역시 7연패 등으로 리그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팀의 중심 타자였던 박병호 역시 초반 부진에 팀의 연패가 겹치면서 움츠러들었고 타격이 더 풀리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는 “예전엔 삼진을 당했어도 ‘다음에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나자신에게 당당했었다”면서 “하지만 부진에 빠지니 타석에서 더 소심해지고 스윙에도 두려움이 생겼다. 중요한 기회에서 내가 계속 실패하자 위축된 게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SSG전을 끝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가 이달 11일 두산전부터 복귀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4번이 아닌 하위 타순에서 방망이 감각을 조율하다 18일 삼성전부터 4번 타순에 복귀해 21타수 7안타(0.333)로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병호는 그러나 “감독님께서 제 기를 살려주시려고 타순을 올리신 것 같다”라며 몸을 낮췄다. 그는 “사실 현재 성적만 봐서는 4번을 칠 상황이 아니다. 그래도 4번에 기용 하셨다는건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가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젠 삼진을 당해도 당당하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물론, 예전 기량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장타가 확실히 줄었다. 신인 시절까지 포함해 13시즌 통산 장타율이 0.566인데, 그의 올 시즌 장타율은 0.422에 불과하다. LG에서 히어로즈로 팀을 옮긴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박병호 역시 “ ‘나도 그런 시기(에이징 커브)가 왔나’하는 생각도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하지만 홈런이 감소된다고 내가 타자를 더 이상 안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최대한 노력 중이다.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했다.

결국 ‘멘탈 관리’가 가장 관건이라고 꼽았다. 박병호는 “(타격)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투수에 따라 어떤 타이밍에 맞춰야 하는지 노력 중이다”라면서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멘탈인 것 같다”라고 했다. 그는 “타석에선 몸이 스스로 알아서 타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그러기 위해선 머릿속이 정리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국가대표 4번 타자’라는 칭호엔 턱없이 부족하다. 23일 현재 타율 0.224에 홈런 5개 21타점뿐이다. 실제로 ‘도쿄 올림픽’과 ‘국가대표’ 얘기가 나오자 그는 “후보 명단에 올라 있긴 하지만, 솔직히 지금처럼 해서는 (국가대표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어울리지도 않는다. 올림픽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서 “파울이 날 때 ‘더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던 공이었는데…’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전히 타격감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앞으로 더 나아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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