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수다 떨고 1억" 라이브커머스, IT 공룡 판으로 넘어가나

입력
2021.05.23 20:30
19면
카카오 방송당 평균 거래액 1억 원
네이버 누적 구매자 수는 170만 명
포털·메신저 강력 플랫폼으로 선점
유통기업들 추격하지만… 커지는 위기

"다른 색깔도 신어봐 주세요." "굽 높이가 얼마나 되죠?" "왜 이렇게 저렴해요?"

지난 20일 저녁 7시 30분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카카오의 라이브커머스 영상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쏟아낸 질문이다. 상품 소개를 하던 패션 유튜버들은 질문이 올라오는 채팅창을 지켜보며 신발을 바꿔 신기도 하고 굽 높이를 보여 주기 위해 카메라 각도를 돌리고 스튜디오에 나와 있는 신발 본사 직원에게 가격 정책을 묻기도 했다.

신상품에 대해 수다를 떨듯 진행되는 카카오 라이브커머스의 방송당 평균 거래액은 1억 원에 달한다. 네이버 라이브커머스에서 상품을 구매한 누적 고객은 170만 명을 넘어섰다.

라이브커머스가 차세대 유통 채널로 부상하면서 롯데와 신세계, 현대, CJ 등 전통적인 유통 강자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네이버라는 포털사이트와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은 정보기술(IT) 공룡들이 트래픽(접속량) 확보전에서 승기를 잡는 분위기다.


'억' 소리 나는 라이브커머스 흥행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시작된 '카카오쇼핑라이브'는 1년 만에 누적 시청자 수 5,000만 명, 방송당 평균 시청 횟수 14만 회라는 성적을 올렸다. 작년 7월 출시한 네이버 '쇼핑라이브' 누적 시청 횟수는 1억7,000만 회다. 지난해 12월 한 달 거래액만 200억 원을 기록했다.

실시간 영상인 스트리밍으로 상품을 파는 라이브커머스는 일반 쇼핑몰의 질의응답(Q&A)이나 리뷰 등으론 한계가 있는 쌍방향 소통을 익명 채팅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업계에선 라이브커머스 구매 전환율을 5~8%로 파악하고 있다. 영상과 대화로 입체적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일반적인 e커머스(0.3~1%)보다 실제 구매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아직 전체 e커머스 시장 내 라이브커머스 침투율이 1~2% 수준이어서 잠재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왕훙(網紅·인플루언서)'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빠르게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형성된 중국 라이브커머스 침투율은 2019년 4.4%에서 2020년 8.8%로 2배 성장했다. 중국 마케팅 전문기업 투에이비(TWOAB)에 따르면 최상위 왕훙 라이브커머스 구매 전환율은 20%에 달한다.

유통 대기업들, 라이브커머스는 지켜낼까

라이브커머스 선점의 승패를 가르는 건 트래픽 확보다. 일반적인 유통 기업들은 각 사 응용소프트웨어(앱)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진입장벽이 있는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전 국민이 이용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털과 메신저 플랫폼을 쥐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를 홈 화면 근처에 집어넣기만 해도 접속이 이뤄진다. 클라우드 사업을 운영해 안정적 서비스가 가능한 데다, 스튜디오와 방송 도구(툴)를 개방하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간편결제까지 붙여 편의성에서 앞설 수밖에 없다.

유통 기업 대비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 우위를 꿰찰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대형마트와 백화점 사업에 안주하다 e커머스에 밀린 경험을 한 유통사들이 제대로 된 차별화 콘텐츠가 없다면 라이브커머스 주도권도 놓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롯데, 신세계, CJ 등은 그룹 통합몰이나 계열사별 별도 라이브커머스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기본 트래픽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사들이 쇼호스트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일반 홈쇼핑과 다를 바 없고 젊은 소비자들은 지루해한다"며 "라이브커머스 판매는 기본적으로 할인율이 높아 부담이 커 접근성이 좋은 플랫폼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방송 형식과 진행자 섭외력, 콘텐츠 제작 능력 등이 뛰어나야 브랜드 및 시청자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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