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 LH, 자회사 2~3개로 쪼개진다...정부, 지주사 전환 추진

입력
2021.05.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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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토지·주택·도시재생 맡고 나머지 분리하는 방안
다양한 대안 두고 당정 협의... 이르면 이번주 발표

임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해 정부가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한다. 토지와 주택 등 주택공급 핵심 기능만 LH에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분리한 뒤, 지주회사가 LH 등 자회사를 견제토록 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국회와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LH 혁신방안 초안을 마련해 여당과 협의할 예정이다. 당정협의에서 큰 이견이 없을 경우 이르면 이번 주 중 LH 최종 혁신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유력한 혁신안은 1개의 지주회사 아래 LH를 비롯한 자회사 2, 3개를 두는 방안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감독과 함께 매입·전세임대, 임대주택 정책 등 비수익 주거복지 사업도 담당하게 된다.

LH는 토지 공급과 주택 건설, 도시재생 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자회사로 개편된다. 기타 주택관리나 상담, 사옥관리 등 비핵심 사업은 나머지 자회사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LH가 토지 조성과 주택 건설 등 사업을 추진하면 기타 자회사가 LH를 지원하고, 이들 자회사가 낸 수익을 지주회사로 보내 비수익 사업인 주거복지 기능을 지원하는 구조다.

이에 앞서 LH를 기능별로 쪼개 자회사 2개가 토지 공급과 주택 건설을 따로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LH가 비대하고 관리가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조직을 쪼개고 업무를 나누려는 것"이라면서도 "조직을 쪼개고 업무를 나누는 방안이 다양해 아직 하나의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과거 경영평가 결과를 수정하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환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LH는 2017~2019년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A 등급을 받아 성과급을 대거 수령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LH 일반 정규직 직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은 1인당 996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전관예우를 근절하고 불법 투기를 막기 위한 혁신방안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2급 이상 LH 직원의 취업제한 △퇴직자와의 수의계약 금지 △전 직원 재산 등록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