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커지는 '자궁근종', 놔둬도 괜찮을까?

입력
2021.05.22 09:50

자궁근종은 지난 10년 새 55세 이상 환자가 2.5배나 증가하고 65~69세 환자는 4.4배나 늘어났다. 또한 35세 이상 여성의 40~50%가 이 질환을 앓을 정도로 흔하다. 그런데 이 질환을 방치하다간 난임이나 초기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양성 종양을 말한다. 여성에게서 생기는 종양 중 가장 흔하다. 30~40세에 주로 발생하고 폐경 후 대부분 크기가 서서히 줄어들지만 때로는 폐경 후에도 크기가 줄지 않거나 새로 생기기도 한다. 폐경 후 새로 생기는 자궁근종은 예후가 좋지 않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자궁근종 발생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 요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여성호르몬, 환경 요인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은 발생 부위에 따라 크게 장막 하 근종, 근층 내 근종, 점막 하 근종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점막 하 근종은 크기가 작아도 난임 같은 합병증과 부정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근종은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근종이 생기면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부정 출혈 등 생리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는 만성 빈혈ㆍ두통ㆍ만성피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자궁근종으로 주위 조직이 눌리면서 압박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근종이 신경관을 누르면 허리ㆍ다리 등 자궁과 먼 부위도 아프게 된다. 직장이나 상복부를 누르면 배변 장애, 소화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자궁근종이 발견되면 전문의 판단에 따라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택할 수 있다. 산부인과 검진 등으로 조기 발견되면 정기검사를 받으며 자궁근종 크기가 커지지 않는지 확인한다. 폐경 후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꾸준한 검진으로 추적하는 방법이다.

반면 근종이 빠르게 커지거나 근종 증상이 나타난다면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다. 항에스트로겐제제나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제를 사용할 때가 가장 많다. 약물을 끊은 뒤 근종은 다시 커질 수 있다. 근종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궁경이나 복강경, 로봇으로 시행하는 근종절제술, 자궁절제술, 자궁동맥색전술, 근종용해술 등 수술로 치료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화정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초기에 자각할 만한 증상이 없고 천천히 자란다는 특징 때문에 쉽게 생각하는 환자가 있다”며 “자궁근종은 만성 빈혈, 심한 생리통, 난임의 주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정기검진과 추적 관찰로 잘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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