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가구 소득이 소폭 늘어나면서 소득 분배지표가 개선됐다. 정부가 이 기간 지급한 재난지원금으로 저소득층 소득 증가율이 고소득층을 앞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1인 가구가 분배지표에 공식적으로 포함되면서, 한국 사회의 경제적 격차는 더욱 두드러지게 됐다. 그 동안 통계는 독거노인과 무직자가 많은 1인 가구를 빼고 작성돼 우리 사회의 실제 분배 현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3월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8만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1.3% 줄어든 277만8,000원, 사업소득이 1.6% 감소한 76만7,000원에 머물렀지만 정부가 주는 공적 이전소득이 27.9% 늘어난 영향이다.
코로나19로 취업, 자영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정부 지원이 가구 소득을 보전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기초연금을 인상한 것은 물론 해당 기간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법인택시 소득안정자금 △방문·돌봄 생계지원금 등을 지급했다.
소득분배도 당연히 개선됐다. 5분위(상위 20%) 소득을 1분위(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 1분기 6.89배에서 올해 6.30배로 축소됐다. 5분위 배율은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평등이 해소됐다는 뜻이다.
실제 1분위는 공적 이전소득이 23.1% 늘어나며 전체 소득이 9.9% 증가한 반면, 5분위는 연초 상여금 축소로 근로소득이 3.9% 줄어 전체 소득도 2.8% 감소했다.
정부는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소득분배 상황이 크게 개선된 모습"이라며 "그간의 포용정책 강화 토대 위에 코로나19 피해지원이 더해진 데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날 통계로 확인된 소득 격차의 민낯이다. 지난해까지 '2인 이상 비농림어가'를 기준으로 공식 지표를 발표해온 통계청은 올해부터 1인 가구를 통계에 포함했는데, 그 결과 전반적인 소득 격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1인 가구를 포함한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6.30배)은 2인 이상 가구만 따졌을 때보다 1.10배포인트 높다.
1인 가구를 넣었을 때 소득격차가 악화하는 이유는 '독거노인'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내 60세 이상 비중은 33.7%, 무직 가구는 29.8%로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해까지 발표됐던 5분위 배율은 사실상 이 같은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작성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부 지원을 배제하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적 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일해서 번 돈'인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올해 1분기 16.20배에 달했다. 쉽게 말해 상위 20% 가구가 하위 20% 가구보다 16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2인 이상으로 봐도 10.25배로 높은 편이지만, 1인 가구를 포함하면서 격차가 더욱 커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취업, 자영업이 모두 어려워지면서 정부 지원을 빼고 나면 1분위는 사실상 소득이 아주 미미하다"면서 "1인 가구까지 포함하면서 그 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241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7.3%), 가정용품·가사서비스(14.1%) 지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보건(-4.5%), 오락·문화(-9.4%) 등에선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