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상품 취급을 받던 비빔면이 집콕 열풍을 타고 라면업체들이 수익 확대를 위해 꼭 잡아야 할 품목으로 부상했다. 올해 농심·풀무원·CJ제일제당 등이 일제히 팔도에 도전장을 던져 비빔면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빔면은 팔도 점유율이 약 60%, 오뚜기가 25%로 라면 중 편중현상이 유독 심하다. 후발주자들은 '부동의 1위' 팔도비빔면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20일 라면업계에 따르면 비빔면은 애초 여름에만 '반짝 특수'를 누리는 비주류 품목으로 취급됐다. 사시사철 소비되는 국물 라면에 밀려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상이 달라졌다. 계절에 상관없이 비빔면을 즐기는 '탈계절'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매출이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집밥 수요가 대폭 늘었고 소비의 주축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선호해 가치가 더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여름이 돼야 비빔면을 출시하는데 올해는 그 시기가 2월로 당겨졌다"며 "비빔면 시장의 중요성이 커져 경쟁도 일찍 시작된 셈"이라고 전했다.
소스 맛 세분화와 면발 식감 보강 등 품질도 향상되고 있다. 지난달 비빔면 3종 '자연은맛있다 정·백·홍 비빔면'을 출시한 풀무원은 채식 지향인, 어린이가 있는 가족, 매운맛을 선호하는 젊은 층으로 소비층을 나눠 각기 다른 맛을 구현했다.
CJ제일제당은 삶지 않고 흐르는 물에 1분만 해동해 조리하는 '비비고 비빔유수면' 2종을 출시했다. 면발을 만 번 치대고 급속냉동하는 기술을 적용해 삶는 과정 없이도 탱탱한 면발을 맛볼 수 있다.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겨냥한 스타마케팅도 치열하다. 배우 정우성을 홍보모델로 발탁한 팔도는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비고' CM송을 살려 35년 원조 비빔면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쟁사들은 재미를 추구한 '펀슈머(Fun+consumer)' 마케팅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려 한다.
'배홍동 비빔면'을 출시한 농심은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기용했고 비빔면 디자인을 차용해 한정판 굿즈도 출시했다. 배홍동 비빔면은 출시 두 달 만에 1,400만 개 판매되며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오뚜기는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내세워 성게알, 육회 등 다른 재료와 함께 요리할 수 있는 '진플렉스 레시피'를 밀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비빔면 시장은 2016년 896억 원에서 지난해 1,400억 원 규모로 56%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빔면은 맛을 크게 차별화하기 어렵고 주 고객이 MZ세대인 만큼 홍보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