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 받아 유통시키고 판매·투약한 10대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19)씨를 구속하고 함께 마약을 투약한 10대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경남 지역 병원·약국 등에서 자신 또는 타인 명의로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를 처방 받아, 이를 다른 10대들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펜타닐 패치'는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중독성이 100배 강한 강력한 진통제로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죽기 전엔 끊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독성이 심각하다. 주로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등 장시간 지속 통증을 느끼는 환자들 피부에 부착해 사용하는 마약성 의약품이다.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펜타닐의 환각 효과가 입소문을 타며 일종의 ‘대체 마약’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이야기가 퍼져 있는데, 경찰 수사로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에 경찰에 적발된 10대들은 공원, 상가 화장실뿐만 아니라 심지어 학교 내에서도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로 병원을 찾아 통증을 호소하며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 달라고 한 뒤, 해당 처방전을 사진을 찍어 계속 사용하는 수법으로 처방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불법으로 처방 받은 펜타닐 패치 27매 및 흡입 도구 등을 압수했다.
경찰은 마약류 불법 처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청소년 마약류 유통 사례가 있는지 확인해 수사할 예정이다. 또 청소년들 사이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의사회·약사회 등에 청소년 상대 마약성 의약품 처방에 주의를 당부하는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마약성 의약품 처방 시 본인 여부 및 병력 확인 의무화, 특정 연령에 처방금지 등 제도개선을 요청했다.
펜타닐 오·남용의 폐해가 워낙 크다 보니, 미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펜타닐 규제에 나섰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약성 진통제 남용 문제와 관련,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관절통 등 심각하지 않은 통증에도 마약성 진통제가 처방되면서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미국 내에서 약물 과다 복용 사망과 관련해 가장 많이 오ㆍ남용되고 있는 마약이 펜타닐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펜타닐과의 전쟁’을 선언한 셈이었다. 예컨대 2017년의 경우,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진 7만237명 가운데 약 40%가 펜타닐 관련 사망자였다. 헤로인(22.8%), 코카인(21.3%), 메스암페타민(필로폰ㆍ13.3%) 등 전통적인 마약류 사망자보다 많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역범죄수사계장은 "마약성 의약품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유통되고 있어, 오·남용할 경우 반드시 검거될 수밖에 없다"며 "마약류 접촉 연령이 낮아지고 있어 학교 및 가정에서 마약류 오·남용 방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