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문 대통령 방미 전날 "美 민주주의는 2등급" 비판

입력
2021.05.18 20:19
"미 하원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는 월권"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경솔한 발언" 지적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미국 의회가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하기 위한 취지의 청문회를 개최한 것을 '월권'이라며 "미국 민주주의는 2등급"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 참석차 문재인 대통령의 출국을 하루 앞둔 시점에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경솔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송 대표는 이날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광주민주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휴전 협정으로 법률적으로 전쟁 상태인 나라에서 심리전의 일종이 될 수 있는 상대 진영을 모욕하는 전단 배포 행위를 공개적으로 방지 안 할 수 있나"라며 "미 하원이 청문회를 연 것은 상당히 월권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김여정 나체를 합성한 조악한 전단을 뿌려놓고 표현의 자유라고 말하는 건 지나친 게 아닌가"라고도 했다.

그는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0년 민주주의 지수를 인용해 "한국은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받았고, 미국과 프랑스는 '흠결이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2등급 판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당신들은, 선동의 문제가 있다며 현직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도 폐지했다"며 "미 연방대법원은 명백한 위험이 존재할 경우에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일관된 판결을 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미 조야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들어 한국 민주주의를 비판하고 있지만, 되레 미국 민주주의도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나 송 대표의 발언이 집권여당 대표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는 21일(현지시각)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중시하는 북한 인권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 대표가 회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송 대표는 미국과 관련한 노골적 비판으로 논란이 된 전력도 있다. 지난해 1월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등 독자적 남북협력 움직임을 견제하자, "미국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인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자기(미국)들은 5,000개 넘는 핵무기를 가지고 해마다 발전시키고 개발하면서 어떻게 북한에 핵을 가지지 말라고 강요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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