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 작성’ 의혹을 받고 있는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검사 비위 의혹을 대상으로 한 공수처의 ‘검사 1호’ 사건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지난 3월 검찰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의 허위공문서작성 및 피의사실공표 혐의 사건에 대해 지난주 ‘2021년 공제3호’ 사건번호를 부여했다. 사건번호 공제1·2호는 각각 감사원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이다.
이규원 검사는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대검 진상조사단에 근무할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 사건에 연루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이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이 검사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하던 중 이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관련 혐의를 발견해 공수처로 이첩했다.
검찰로부터 이 검사 사건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한동안 직접수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서 ‘사건을 뭉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2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 면담 과정에서 “검사 사건을 돌려보내면 오히려 오해를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여기서 (수사를) 하려고 한다”고 언급했지만, 공수처가 정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공수처의 수사 착수로 이 같은 의심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수사속도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검사와 수사관 정원을 채우지 못한데다, ‘1호 사건’으로 내세운 조희연 교육감 수사를 감당하기에도 빠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검사의 허위 보고서 작성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현재 이 검사의 배후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당시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을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를 본격화함에 따라, 검찰도 이 검사를 조만간 불러 면담보고서 내용 유출 경위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의 이규원 검사 수사 개시 과정을 두고는 절차 위반 지적도 제기됐다. 공수처는 검찰 등으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을 수사 개시할 경우 해당 수사기관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번에 대검 감찰부에 수사 개시를 통보했을 뿐, 대검이나 서울중앙지검에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