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반도체 전쟁이 열기를 더하는 가운데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주목 받는 ‘스핀메모리’의 에너지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반강자성체(反强磁性體)를 열 대신 진동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개발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홍정일 신물질과학전공 교수 연구팀은 반강장성체에 기계적인 진동을 가해 자기정렬을 제어하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지구가 자전하면서 태양 주변을 공전하듯이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도 원자핵 주변을 자전하며 돈다. 전자가 자전하는 것을 ‘스핀’이라고 한다. 스핀 방향이 한쪽으로만 정렬하면 강자성체, 인접한 전자끼리 서로 반대로 정렬하면 반강자성체라고 한다. 망간 산화망간 산화크롬 등이 있다. 홍 교수 연구팀은 이리듐망간과 산화코발트로 주로 연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차세대 메모리인 스핀 메모리를 포함한 다양한 스핀소자는 강자성체와 반강자성체의 결합구조로 돼 있다. 강자성체는 외부자기장을 이용해 제어하기 용이하지만, 자기 내부 배열이 서로 반대방향으로 돼 있는 반강자성체는 어렵다. 이 때문에 연구자들은 열과 자기장을 이용하지만, 특정 부위만 제어하기 어렵고 손상이 일어날 수 있어 한계가 많았다.
홍 교수팀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열 대신 기계적 진동을 이용해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전압을 가하면 형태가 바뀌는 압전물질로 구성된 기판 위에 반강자성체로 된 얇은 막(박막)을 덧씌웠다. 여기에 교류전압을 통한 기계적 진동을 주면 압전물질에 변형이 생기면서 동시에 덧씌운 반강자성체에 진동이 전해지면서 자기배열상태를 임의로 변경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의 열을 이용한 제어방법보다 특정 부위에만 적용할 수 있고, 상온에서도 가능해 에너지 효율면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 자기 정렬를 쉽게 초기화할 수 있어 소자의 기능회복을 통한 내구성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렬을 미세하게 패턴화할 수 있어 기존 소자와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스핀소자를 설계할 수도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홍정일 교수는 “기존 방법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설정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반강자성체의 스핀트로닉스 확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재료과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악타 머티리얼리아(Acta Materialia) 5월15일자 지면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