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당내 서열 3위인 하원 의원총회 의장에 엘리스 스테파닉 의원을 선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는 이유로 12일(현지시간)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지도부에서 축출된 ‘반(反)트럼프’ 리즈 체니 의원의 후임이다.
스테파닉 의원은 14일 공화당 하원 비밀투표에서 134명에게서 지지를 받아 46표를 얻은 칩 로이 의원을 제치고 하원 의원총회 의장에 뽑혔다. 이미 공화당 하원 1인자인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와 2인자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 등이 스테파닉 의원을 공개 지지한 터라 당선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스테파닉 의원은 “급진적 의제로부터 나라를 구하기 위해 미국민을 대표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파닉 의원은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대선 사기를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동조해 올 1월 6일 대선결과 인증을 위한 상ㆍ하원 합동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결과에 이의를 제기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 주(州)에 낸 소송도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스테파닉 의원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미 CNN방송은 “공화당 하원 지도부 안에서 스테파닉 의원의 부상과 체니 의원의 축출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의 충성심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평했다.
내년 중간선거 승리가 절실한 공화당은 대중에게 인기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친트럼프 세력으로 지도부를 재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재도전에도 힘이 실렸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실제 유권자 투표에서 중도 확장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체니 의원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보수진영의 반트럼프 구심점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체니 의원은 지도부에서 물러난 직후 “당을 구하는 리더가 돼 트럼프가 다시는 백악관 집무실로 돌아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체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딕 체니의 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불복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고,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그의 공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