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시내버스 준공영제 드라이브···시민만족 쑥, 교통불편은 뚝"

입력
2021.05.26 15:00
올해 1월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첫 도입
시민 중심 노선 운영, 과속·급제동 줄어
한범덕 "버스업계·시민단체 협치 결실"
노력·인내로 결실"



지난해 9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동남지구에 입주한 이정숙(46)씨는 불편한 교통 때문에 한동안 애를 먹었다. 동남지구는 청주 최대 신흥 택지개발지로, 노선 연장을 통한 시내버스 운행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에 빠진 버스 업체들이 노선을 연장하지 않는 바람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이런 교통 불편이 저절로 해소됐다. 노선권을 확보한 청주시는 주민 의견에 따라 기존 3개 시내버스 노선(851·871·872번)을 동남지구까지 연장했다. 여기에 동남지구를 경유하는 신규 노선(831번)까지 신설하면서 이 지역의 교통 불편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이씨는 “버스 준공영제가 시민의 편의를 최우선 가치로 둔 정책이란 점을 실감했다”며 “과속, 급제동도 크게 줄면서 시내버스가 훨씬 안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주시가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호평을 받고 있다. 시민 중심의 노선 운영, 버스 친절도 향상, 안전 운행 등 서비스 개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조기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민영제의 효율성과 공영제의 노선 운영 공정성을 결합한 제도. 운행 서비스는 버스 회사가 제공하고, 노선 신설·변경 등 노선권은 지자체가 갖는다. 운송 업체의 적정 수입을 지자체가 보장함에 따라 시민 중심의 노선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재 이 제도는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제주 등 7개 광역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기초 지자체 중에는 청주가 최초이자 유일한 시행 기관이다.

‘청주형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초기 시행 결과는 일단 합격점이다. 3월 9일부터 23일까지 2주간 3,360명의 시민 패널을 대상으로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시민 체감을 조사한 결과 43.9%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준공영제 시행 후 친절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33.8%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안전 운행에 대한 체감도 질문에는 36.9%가 ‘개선됐다’고 대답했다. ‘개선되지 않았다’는 응답(각 18.9%, 17.3%)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다만 ‘준공영제를 알고 있다’는 답이 33.0%에 불과,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들의 평가가 긍정적인 것은 무엇보다 시내버스 이용이 편해졌기 때문이다. 준공영제 시행 후 동남지구 등 신규 개발지역에 버스 노선을 크게 늘려 해당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 출퇴근 시간대 탄력 배차로 직장인, 학생들의 교통 이용 편의도 높였다.

관광객을 위한 별도 노선도 생겨났다. 청주의 대표 관광지인 초정약수와 터미널을 잇는 노선(101번)이 3월 1일부터 운행 중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최대 40%까지 감축됐던 시내 관통 노선(105·502번 등)은 3월부터 100%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박병승 청주시 버스정책팀장은 “코로나 이후 시내버스 업계의 경영난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준공영제가 아니었으면 예년 수준의 시내버스 가동률 회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은 도입 논의를 시작한 지 6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통합 청주시 출범(2014년 7월)이후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군 통합으로 인구 85만명의 큰 도시로 거듭나면서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시내버스의 운행 체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매년 적지 않은 재정을 지원받고도 서비스는 제자리인 시내버스 업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은 터였다.

청주시는 통합 이듬해인 2015년 3월 운수 업계와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제도 도입 논의에 나섰으나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처음 안건으로 제시된 노선권부터 재무구조 개선, 표준운송원가 기준 산정 등 어느 것 하나 쉽게 넘어가는 게 없었다. 건건이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 충돌로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핵심 사항인 표준운송원가 산정 과정에서는 업체간 이견으로 논의가 잠정 중단되는 진통까지 겪었다.

민선 7기로 접어든 2018년 8월 시의회, 업체, 시민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원들로 ‘대중교통활성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한 이후 도입 논의가 재개됐다. 구성원 간 서로 머리를 맞대어 21차례나 논의를 벌인 끝에 지난해 7월 협약안을 도출했다.

청주시와 6개 시내버스 업체들은 ‘2021년 1월 준공영제 시행’을 협약했고,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협약을 공개 지지했다.

이렇게 민·관·정 협력으로 탄생한 ‘청주형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공공성을 강화하고 운수업계의 투명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핵심 사항인 노선권을 시가 갖고 행사해 시민들이 원하는 더 편리한 노선 조정이 가능해졌다. 업계의 재정 투명성을 위한 표준회계시스템 도입 등도 빠짐없이 추진한다. 특히 타 시도에서 문제가 된 친인척 채용 등에 대해 엄격한 벌칙을 적용하고, 대표 이사의 과도한 인건비 등도 제한을 두었다. 다른 지역에는 없는 갱신 주기를 적용, 3년마다 준공용제 운영 여부를 결정한다. 서비스 개선 등 효과가 없으면 도중에 시행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청주시는 변화된 시민들의 생활 패턴에 맞게 전면적인 노선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전문기관 용역을 시작으로,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늦어도 2023년 초에는 노선 개편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유의 뚝심으로 시내버스 준공용제 도입을 이끈 한범덕 청주시장은 “청주가 대중교통 혁신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면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버스 업계의 통 큰 양보와 시의회, 시민단체의 노력과 인내로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준공영제로 대중 교통이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해진다면 궁극적으로 도심 교통 혼잡과 미세먼지 감소로 이어져 시민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