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더 주겠다는 아마존·맥도날드, 왜?

입력
2021.05.15 10:30
아마존, 맥도날드 임금 인상 방침 밝혀
노동 수요·공급 불균형 탓 내놓은 '당근'
임금인상→가격 상승→물가 상승 우려

미국에서 역대 최악의 구인난이 이어지면서 주요 기업들의 ‘직원 모시기’ 전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구직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임금 인상과 복지 혜택이란 ‘당근’을 마구 꺼내 들고 있다. 그러나 임금이 오르면 상품 가격도 덩달아 뛰는 법이다. 그렇잖아도 전례 없는 유동성이 모든 자산 가치를 밀어 올리는 상황에서 더 치열해진 구인 경쟁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더욱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연례 행사인 프라임데이를 앞두고 물류창고 직원을 무려 7만5,000명이나 새로 뽑기로 했다. 신입사원들에게 제시한 임금은 시간당 평균 17달러. 아마존의 통상 초봉(시간당 15달러)보다 높다. 여기에 일부 지역에선 1,000달러(약 120만원)의 보너스를 얹어 주기로 했다. 브라이언 올사브키 아마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경제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식업체 맥도날드 역시 이날 직영점 660곳에서 일하는 직원 3만6,000여명의 임금을 평균 10% 인상하고, 1만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시간당 평균 12달러 정도를 받던 직원들은 앞으로 최대 17달러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앞서 대형 유통체인 월마트도 일부 직원의 시간당 임금을 14달러에서 15달러로 올리기로 했고,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직원들에게 줄 보너스 용도로 2억5,000만달러(2,800억원)를 책정했다.

임금 인상에 인색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직원들에게 돈을 더 쥐어주려 하는 것은 그만큼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흔에서 빠르게 회복하고 소비가 늘면서 곳곳에서 일자리가 넘쳐나지만 △관대한 정부 실업수당(주당 300달러) △여전한 감염병 공포 △자녀 보육 등 이유로 사람들이 노동 현장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 애가 탄 기업들이 한 명의 직원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고육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임금 인상 랠리가 물가상승 압력을 더욱 높일 것이란 목소리도 적잖다. 블룸버그통신은 “고용주들이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경우 인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이미 연초부터 농산물부터 원자재, 부동산, 증시, 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 가격이 치솟으며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전날에는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발표까지 나와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임금 인상이 공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멕시칸 프랜차이즈 치폴레는 최근 2,800개 매장 직원들의 임금을 시간당 평균 15달러로 올리기로 하면서 배달 주문 가격을 인상키로 했다. 프랜차이즈 업주 단체인 전미점주협회도 9일 회원들에게 “모든 방안을 강구해 부족한 인력을 채워야 한다”면서도 충원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미 CNBC방송은 “만일 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유지하고 노동시장 공급난이 이어지면 급여가 오르고, 결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도 인플레이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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