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서 전기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단행한다. 이번 투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서 경제사절단이 풀어놓을 '선물'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 전기차, 수소전기차, 충전인프라, UAM 등에 관해 총 74억 달러(약 8조4,000억 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를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을 방문했던 것도 미국 투자 검토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 방안의 핵심은 미국 내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전기차다. 현대차는 오는 9월부터 판매에 돌입하는 첫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앨라배마주 생산 공장 내 전기차 생산 라인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수년 째 필요성이 제기되는 미국 내 공장 증설은 이번 투자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행정부가 '바이 아메리칸'(미국제품 구매)을 강조하고 있고, 정부 기관이 가진 44만 대의 공용차량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할 예정"이라며 "현대차도 살아남으려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 내 UAM 개발 거점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DC에 UAM 사업 전담 현지 법인을 출범할 계획으로, 현지 개발 책임자는 지난 2월 영입한 벤 다이어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어친 CTO는 항공우주 스타트업 '오프너'의 CEO 출신이다.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인 신재원 현대차 UAM 사업부장(사장)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UAM 사업 정착을 도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UAM은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의 파트너로 선정, LA 시내에서 헐리우드까지 비행하는 '에어택시' 서비스로 도입될 예정이다.
수소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세계 수소전기차(FCEV) 1위 업체인 만큼,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와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 상용차 파워트레인(동력계통) 1위 업체인 '커민스'와 수소연료전지 분야 전략적 협력 관계를 체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등 핵심부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한편 다른 국내 기업들도 이번 미국 순방에서 다양한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규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SK그룹은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협력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의 합작공장 이외에도 2025년까지 5조 원 이상을 단독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