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2호 개발 장기전으로...부쩍 높아진 '조건부 허가' 문턱

입력
2021.05.14 04:30
렉키로나 이후 '2호 치료제' 도전 거듭 난항
유효성·안전성 등 까다로운 심사 넘기 힘들어
2호 개발은 천천히…수익성 따져 포기하는 경우도

국내 제약사들의 2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도전이 거듭 난항을 겪고 있다. 종근당에 이어 GC녹십자까지 유력 후보들이 조건부 허가를 받는 데 실패하면서 제약업계 안팎으로 기대감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종근당은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GC녹십자는 "품목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후속 임상을 포기했다.

제약업계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지 1년이 지났지만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 이후 치료제 개발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수익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와 2호 치료제가 탄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호 치료제, 왜 조건부 허가 문턱 못 넘나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례적으로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허가는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반면 1호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게 제약사들의 중론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워낙 시급한 상황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다 보니 1호 치료제의 효과를 두고 여러 말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라며 "2호 허가 심사부터는 유효성, 안전성 등을 더 꼼꼼하게 따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GC녹십자의 '지코비딕주'의 경우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고 현장에서 사용 중이라 유력한 2호 치료제 후보군으로 꼽혔으나 까다로운 조건부 허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부 제약사는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개발을 포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가 감당하기엔 임상 비용 부담이 크고, 해외에 비해 국내 확진자 수가 적어 임상 환자 확보가 쉽지 않은 것도 큰 장애 요소다.

시일 걸려도 신중하게…2호 치료제 장기전 될 듯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사들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유효성을 통계적으로 입증하는 데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장 속도를 보이고 있는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에 대해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b·3상을 진행 중이다. 300명 규모의 2b상이 끝나는 대로 올 상반기 내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초기 경증치료 외에도 중증 환자 대상 렘디시비르 병용요법과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등 총 3건의 임상을 더 진행 중이다. 호이스타정을 여러 증상과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코로나19 종합 치료제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종근당은 '나파벨탄주'의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병원 선정 등 환자 모집을 준비 중이다. 중증 고위험군 환자 600명을 확보해야 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참여할 환자를 모집할 방침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정식으로 환자 모집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광약품은 조건부 허가 신청 여부도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부광약품의 '레보비르'는 임상 2상 결과, 투약 시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뀐 환자의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광약품은 이번 임상시험 외에도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른 임상시험을 진행해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조건부 허가 신청 등 추후 과정은 추가 임상 후 데이터 유효성이 확보되는 대로 당국과 논의할 것"이라며 "당장 허가 받는 데 속도를 내기보다는 임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명확하게 효능을 입증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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