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무 배제하거나 자진 사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고인 서울중앙지검장’ 불명예를 안은 이 지검장을 털고 가지 않으면 또 다른 '내로남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법조인 출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13일 한국일보에 “이 지검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서 검사장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청와대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여당 법사위 간사이자 최고위원인 백혜련 의원 역시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검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압박했다. 당ㆍ정ㆍ청이 ‘이성윤 정리’에 이미 공감대를 이루고 시기를 보고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이 지검장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지검장은 거취를 언급하지 않고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고 반박했다. 직을 유지한 채 재판을 받으며 명예회복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여권이 그간 정권 관련 수사를 적극 방어한 이 지검장을 쉽게 내치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다음 대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 또다시 ‘검찰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조국 사태, 추미애ㆍ윤석열 갈등 등 검찰에서 문제가 터질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추락했다. 더구나 ‘검언 유착’ 사건으로 입건된 한동훈 검사장과 ‘돈봉투 만찬’으로 감찰을 받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인사 조치된 바 있어, ‘친정권 인사만 감싼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이 지검장이 물러나야 검찰개혁을 매끄럽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지검장이 버틸수록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검찰개혁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법사위 소속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이 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에서 탈락한 배경도 정권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라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산뜻하게 출발하려면 이 지검장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기소된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개입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거취도 고심 중이다. 청와대는 이 실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이유로, 이 비서관은 ‘의혹만으로 배제할 수 없다’는 명분으로 거취 정리에 회의적이었다.
최근에는 “두 사람의 거취를 깊이 고민 중”이라는 목소리가 청와대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에선 전병헌 전 정무수석,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등이 불법 후원금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 기소 직전 사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