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도쿄올림픽 강행 여부가 일본 정치권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올림픽 반대 여론이 치솟자 야당과 일부 광역 지자체장은 ‘국민 건강을 우선해야 한다’며 존재감을 드러내려 하고 있다. 자민당 안에서조차 초지일관 ‘강행’을 고수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달리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신중론을 비친다. 앞으로 감염 상황에 따라 올림픽 강행과 중지의 판단 결과가 올 가을 중의원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중요 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공세는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있었던 여야 대표 간 공방에서 시작됐다.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스가 총리에게 “올림픽 개최 또는 중지 여부는 일본 정부가 판단해야 한다”고 질의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과 올림픽 개최를 양립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도 좋은 상황”이라며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이제 판단을 연기할 수 없는 타이밍”이라고 추궁했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마지막으로 결정하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며 책임을 돌렸다.
이날 이후 야당 의원들이 연일 올림픽 취소 여부나 판단 기준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스가 총리는 매번 “감염 대책에 만전을 기하면서 주최자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식으로 회피했다. 13일에는 모리타 겐사쿠(森田健作) 전 지바현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올림픽을 “하겠다”고 답하는 등 스가 총리의 올림픽 강행 의지는 확고하다.
그러나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은 야당뿐 아니다. 13일 구마가이 도시히토(熊谷俊人) 지바현 지사는 조직위가 선수 전용 병상을 요구한 것과 관련, “현민이 사용할 수 없는 형태로 병상을 확보하는 것은 생각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날 오기와라 가즈히코(大井川和彦) 이바라키현 지사도 전용 병상 요청에 대해 “현민보다 선수를 우선할 수 없다”고 거절하고 “상황에 따라 도쿄올림픽의 재연기 또는 중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잇따라 두 광역 지자체장이 올림픽 반대 여론을 의식해 부정적 견해를 밝힌 것이다.
심지어 자민당 내부에서도 개최 여부를 두고 미묘하게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개최만을 바라보는 스가 총리와 달리 니카이 간사장은 취소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계속 흘리고 있다. 지난달 감염 상황에 따라 최악의 경우 “올림픽 중지도 선택지”라고 말했던 니카이 간사장은 이달 10일에도 기자회견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니카이 간사장이 가까운 사이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와 지난 11일 회담한 것도 ‘개최 중지 상담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고이케 지사는 즉각 부인했지만, 민심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타이밍 적절하게 비장의 카드를 던지는 데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고이케 지사라면 ‘올림픽 취소’ 카드를 정부보다 먼저 내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자민당 안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올림픽 개최 도시인 도쿄도가 먼저 포기하는 것은 고이케 지사 자신에게도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되는 만큼, 취소 카드는 쉽지 않은 선택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3일도 도쿄도 신규 확진자가 4일 만에 다시 1,000명을 넘는 1,010명을 기록하는 등 감염 확산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NHK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30분 현재 일본 전역에서 새로 확인된 코로나19 확진자는 6,880명으로 7,000명에 육박한다.
결국 올림픽 강행과 중지 중에서 최종 선택해야 할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일본 전국의사노동조합도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올림픽 취소를 정부에 요구했다. 노조는 후생노동성에 올림픽 개최 취소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정부가 의료 관계자에게 요청해야 할 것은 올림픽 자원봉사가 아니라 의료 제공 체제 확보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