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을 최악의 종교자유 유린 국가로 지목하며 향후 대북 협상 과정에서 핵과 인권 문제를 동시에 다루겠다고 밝혔다. 북핵 해결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인권(종교)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의미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권 중시 기조를 재확인하는 언급이지만, 북한의 반발이 불가피해 북미 협상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국무부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0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서 북한이 헌법상 종교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자유가 없을 뿐 아니라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종교 억압 실태는 17쪽에 걸쳐 상세히 기술됐다. 북한이 종교 행위를 한 개인을 처형하고 고문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과 수용소 수감 중인 기독교인이 많게는 20만명에 달한다는 비정부기구(NGO) 추정치 등이 담겼다.
미국은 북한 정권의 종교 탄압 문제를 꾸준히 거론해왔다. 1998년 제정된 국제종교자유법에 근거해 북한을 2001년부터 19년 연속 종교 자유를 조직적으로 위반한 ‘특별우려국’ 목록에 등재했다.
주목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종교 침해 실태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대 위협인 핵 문제와 별도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부분이다. 대니얼 네이들 국무부 국제종교자유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인권 이슈를 외교정책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며 “인권을 다루거나 국가안보을 다루거나, 또는 양자간 우려 사이에 상호 절충은 없다”고 강조했다. ‘실용적 접근’을 앞세운 새 대북정책의 얼개가 나왔지만, 핵 위기가 불거져도 인권을 협상 지렛대로 삼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등 북미 간 화해 기류가 확연해지자 북한 인권 의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 문제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국무부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위구르족 무슬림을 수용소에 구금하고, 신장 전역을 사실상 ‘야외 감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무슬림 억압을 일컬어 “수십 년간 이뤄진 종교 억압의 정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목적으로 대면 예배를 금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한 사건과 올해 3월부터 시행된 대북전단금지법 등이 보고서에 적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