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형성된 뒤 상한가 직행)' 기대를 모았던 2차전지 분리막 생산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11일 시초가 대비 26% 이상 떨어지며 혹독한 코스피 신고식을 치렀다.
청약 증거금으로 역대 최대인 81조 원을 쓸어모으며 상장 이후 주가에 기대를 모았지만, 급격하게 위축된 투자심리와 고평가 논란에 고개를 떨궜다.
SKIET는 이날 시초가(21만 원)보다 26.43% 떨어진 15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5% 이상 오르며 22만2,500원까지 '터치'했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내 낙폭을 키우더니 장중 15만4,000원까지 미끄러졌다.
기대를 모았던 '따상'은커녕 '따하(공모가 2배 후 하한가 직행)'에 가까운 가격으로 마감하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외국인이 3,62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531억 원, 14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날 하루 거래대금은 1조9,141억 원으로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2조3,584억 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날 장 초반 SKIET 거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거래소 전산 시스템에 일시적인 과부하가 걸려 주문 처리가 지연되는 일도 발생했다.
시장은 대형 공모주인 SKIET가 무난하게 '따상'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기관 투자가 수요예측(1,882대 1)과 일반 청약에서 잇따라 국내 기업공개(IPO)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반 공모주 청약에선 81조 원이란 최대 규모의 증거금을 끌어모으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전날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뉴욕증시 약세에 장 전반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2차전지 등 성장주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기술주로 분류되는 SKIET 역시 위축된 투심으로 인한 주가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23%, 1.43%씩 내리며 전날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고평가 논란도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SKIET 적정 주가는 유안타증권 10만∼16만 원, 하나금융투자 14만8,000원, 메리츠증권 18만 원 등 모두 10만 원대에서 형성돼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식 과매수·과매도 과정을 거친 후 주가는 적정 가치에 점차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전히 주가는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47.1% 높은 수준이다. 공모주를 받아 아직 매도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주당 4만9,500원의 평가익을 보고 있는 상태다. SKIET의 종가 기준 시총은 11조154억 원으로 코스피 36위(우선주 제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