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세 장옥순 할머니, 7전8기로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 "책만 보면 정신 또렷"

입력
2021.05.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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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공부하는 재미인가 봐"

“이상하지, 책만 보면 정신이 또렷해져. 이게 공부하는 재미인가 봐.”

11일 발표된 2021년 제1회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옥순(84·충북 제천시)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이든 사람들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로 즐거움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1937년생인 장 할머니는 이번 고졸 합격자 중 전국 최고령자로 기록됐다. 그는 팔순이 넘어 고졸 검정고시에 도전한 만학도 중의 만학도다. 2018년부터 7차례 연속 도전해 '7전 8기'로 고졸 합격증을 받아 들었다.

장 할머니는 초등학교를 나온 후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더 다니지 못했다. 학업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2015년 제천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 복지관에 검정고시 준비반이 생기면서 상급 학교 진학의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무릎 수술을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80세가 되던 2017년 제2회 검정고시에서 그는 당당히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당시에도 충북 최고령 합격자로 이름을 올렸다.

고졸 도전은 훨씬 힘든 과정이었다. 요통이 심해진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독학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혼자 힘으로 부족한 영어, 수학을 보충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건강을 우려해 가족들은 할머니의 학업을 말렸다고 한다. 큰 아들 고만규(61)씨는 “허리 보호대를 두르고 문제집과 씨름하는 모습을 안쓰러워 더 볼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배움을 향한 어머니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제천복지관 관계자는 “할머니는 암기력이 좋아 사회·역사 과목에 강하고, 모르는 게 있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학구파”라고 전했다.

“대학생이 되는 꿈을 꿔왔다”는 장씨는 건강이 허락되면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많아 4년제는 좀 그렇고, 2년제 대학에 진학해 사회 관련 전공을 공부하고 싶다. 합격하면 등록금은 대전에 사는 막내 아들이 내겠다고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이날 오후 장씨를 교육감실로 초청, 합격증서를 전달하고 전국 최고령 합격을 축하했다.

제천=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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