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서울 강서구에 발달장애인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학교를 짓게 해달라고 호소한 어머니들의 헌신 덕분에 문을 연 서진학교. 최근에는 서진학교 설립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담은 영화 '학교 가는 길'도 개봉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서진학교의 학급 수가 턱없이 부족해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서울대보다 입학하기 힘들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서진학교 설립에 노력해 온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이은자 강서퍼스트잡지원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인프라를 구축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센터장은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달장애인들도 성인기가 되면 직업 생활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발달장애인들이 직업 생활을 할 정도로 지원책이 촘촘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센터장은 발달장애인들의 직업 생활을 위해 기업과 발달장애인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이 폐교가 된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서진학교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학교가 완공될 수 있도록 7년 동안 앞장서 활동했다.
7년간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담은 영화 '학교 가는 길'은 앞서 5일 개봉해 상영 중이다. 영화에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강하게 항의해 공사가 난항을 겪는 과정도 담았다. 그러나 이 센터장은 "임대아파트 주민들의 반대가 이해된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전략적으로 이쪽에 취약계층을 다 몰아서 만들어 놓으니 일반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생긴 것"이라며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아이들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학교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냐'고 따졌는데, 저희가 서진학교가 간절했던 것과 똑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센터장은 서진학교가 지어진 뒤 발달장애인 학부모들이 굉장히 좋아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급 수가 충분하지 않아 특수학교를 떨어진 친구들이 많다. 서진학교 때문에 이사를 오셨는데 못 들어간 분도 많다"며 "저희들끼리 '서울대도 아닌데 어떻게 특수학교를 떨어지나'란 이야기도 한다"고 씁쓸해했다.
이 센터장은 서진학교가 생긴 뒤 주민들의 걱정이 줄었다며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시설만 들어가면 무조건 거부부터 하시니 저희는 그런 게 굉장히 속상하다"며 "그런데 막상 서진학교가 생긴 뒤 '위험한 발달장애인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한동네에 살지'라며 걱정했던 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발달장애인들이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 여러분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기회를 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