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미국대사에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 낙점"

입력
2021.05.1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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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오바마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
중국 대항할 미일 동맹 강화 목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일 미국대사로 람 이매뉴얼(61) 전 시카고 시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매뉴얼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인물로 바이든 대통령과 친분이 깊다. 측근 인사를 일본에 배치하는 데 대해 미일 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백악관 내부 인사 문제에 정통한 8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이매뉴얼을 이달 주일 미국대사에 지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교정책 전문가 사이에선 이매뉴얼의 주중 미국대사 지명도 예상됐으나 이 자리에는 닉 번스 전 국무차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주일대사 지명설과 관련, 백악관과 이매뉴얼 본인은 확답을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동고동락한 이매뉴얼을 주일대사로 결정한 것은 동맹국으로서 일본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FT는 "영향력 있는 전직 의원들을 일본으로 보내는 전통을 부활시킨 것"이라고 해석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월터 먼데일 전 상원의원 겸 부통령·톰 폴리 전 하원의장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하워드 베이커 전 상원 다수당 대표를 주일대사로 임명한 바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경우 존 F 케네디의 장녀인 캐롤라인 케네디를 주일대사로 보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매뉴얼을 지명할 경우 인사청문회가 조용하게 지나가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평소 거칠고 강경한 성격으로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마찰을 빚은 일들이 적지 않아서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일본 전문가 미레야 솔리스는 "인사청문회가 주목을 끌게 될 것"이라면서 "일본 측은 바이든과의 관계를 가치 있게 여기겠지만 명성이 자자한 이매뉴얼의 퉁명스러움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매뉴얼은 2009년 오바마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일하기 전엔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정치담당 고문 등을 역임했다. 백악관을 떠난 뒤 시카고 시장을 두 차례 연임한 후 다시는 출마하지 않았다. 재임 당시인 2014년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10대가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책임회피 논란이 일면서 그의 불출마 결정에도 영향을 줬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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